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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서평]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by 칠면초 2009.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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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김지수 지음
홍시 2009.07.07
평점

인상깊은 구절
아직도 문장을 쓸 때 저는 여자 앞에서 떨고 있는 소년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목에 비해 내용은 단연 스타일리쉬했다. 그런 이유로 일주일을 넘게 책꽂이에 있던 책을 한시도 쉬지 못하고 읽어 내리게 한 건 책에 소개된 예술가, 배우, 저널리스트, 모델, 패션 디자이너 등의 문화예술 아이콘들에 대한 솔직한 기자의 감성 때문이기도 했다.

 

그늘에 차를 세우고 ‘아름다운 라디오 93.9’FM에서 흘러나온 음악 -애인있어요(이은미) 손톱이 빠져서(이승철) 사랑해도 될까요 (유리상자)를 들으며 책을 읽는 동안 참으로 행복했다. 좋은 취재원을 만난 기자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 느낄 수 있었기에.....

 

난 생각해보면 참 많은 사랑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사랑을 꿈꾼다. 내가 사랑했던 영화 그리고 사람들이 이 책에 들어있어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꼽으라면 단연 ‘봄날은 간다’를 꼽았고 배우를 꼽으라면 ‘유지태’를 외쳤던 나. 유지태와 ‘봄날은 간다’를 이 책에서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는 김지수 기자가 패션지 VOGUE에 써 온 100편의 인터뷰 중 17편을 선별하고 에세이를 더해 실은 인터뷰집이다. 이화여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패션지에서 일하고 있는 김지수 기자는 때로는 분석적이고 날카롭게, 때로는 감성적이고 명쾌하게, 때로는 소설가처럼 스토리가 절절하게 살아 있는 인물 이야기를 펼쳐 놨다.

 

‘유지태는 만날 때 마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채로 언제나 세포분열 중이었다. ‘노력파’라는 타이틀에 맞게 그는 매 영화마다 스스로 감독의 복제인간이 되었다. ‘봄날은 간다’를 찍을 때는 허준호가 되었고, ‘올드보이’를 찍을 때는 박찬욱이 되었으며,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찍을 때는 홍상수가 되었다. 다세포 소년 유지태는 끄없이 자신만의 영화를 찍고 있다‘(107p)-유지태 인터뷰 중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어린남자 유지태는 묻는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라고. 그 봄날 참을 수 없이 남루해진 순수한 질문에 이 땅의 연인들은 뭐라고 답할까? 그곳엔 사랑은 변하고 성장하며 오래 지속되는 아름다운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181p) 윤정희 백건우 인터뷰 중

 

‘‘봄날은 간다’ 유지태가 운전을 가르쳐 줄 때 이영애가 막 더 밟으라고 하니까 “위험 해 안돼” 그렇잖아. 그런데 새로운 남자는 이영애가 달리자고 하니까 엑셀레이터를 막 밟아. 유지태는 이영애의 소하기 사용법을 다 들어주는데, 새로운 남자는 “소화기 사용법은 몰라도 기분 전환법은 안다”라고 불순한 농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 혹 유지태 같은 순수가 두려워지는 걸까?’(190p)-표민수 전은선 인터뷰

 

이 책엔 다양한 인물들이 기록되어있다. 마치 저자를 따라 그들을 만나는 현장에 동참 한 듯 생각이 들 정도다. 김지수가 만난 그들은 결코 ’인생 고수’는 아니었으나, 삶의 어느 모서리에서건 결정적인 선택과 끈기 있는 책임으로 한 뼘 한 뼘 생을 밀고 나간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특히 션과 정혜영의 인터뷰 기사는 일과 성공에 대해, 사랑과 결혼에 대해, 아름다움과 명예로움에 대해, 관계와 용기에 대해 교과서적인 ’정답’이 아닌 지혜로운 ’해답’을 찾아주기에 충분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내가 인터뷰한 이들은 내 정신과 의사였고 교사였으며, 누이거나 멘토였고, 등반 대장이자 셰르파였으며, 어쩌면 내 자신이었고, 나를 비추는 반대쪽 거울이었다." 는 고백을 했다. 또 아직도 문장을 쓸 때는 여자 앞에서 떨고 있는 소년 같다는 표현도 아끼지 않았다.

 

나도 취재원을 만나 그 설렘으로 밤잠을 날린 적이 많다. 순박한 농부가 그랬고, 수줍어했지만 의리가 있던 장교, 떡볶이 장사를 하며 등단과 더불어 문학상을 탄 주부, 어려운 환경에서도 봉사하며 공부하던 그 학생, 장애의 몸으로 수선집을 하며 혼자 아들을 키우던 어떤 엄마 등등... 그들이 있어 행복했고 신났고 진정 ‘나를 끌어안을 수 있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인터뷰 기자가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한 고군분투와 후일담까지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있어 에세이 기사로서의 현장감도 빠트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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