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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벤트

북이벤트-바다의 기별 (생각의 나무)

by 칠면초 2008. 12. 8.

http://cafe.daum.net/liveinbook/Rst/2009

 

 

 


김훈의 격정에 찬 산문은

참담함과 쓸쓸함으로 가득 찬 삶의 안과 바깥을

두루 내다보는 자의 비극적 탐미의 결과물이다.



100만부를 돌파한 『칼의 노래』와 『현의 노래』, 『남한산성』 등 걸출한 장편소설을 펴내며 이 시대 최고의 소설가로 우뚝 선 김훈이 『자전거 여행1․2』,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에 대하여』에 이어 4년 만에 에세이집을 펴냈다.

올해 예순을 맞이한 김훈은 건국 60주년과 맞먹는 생애를 살아온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회상에 잠겼다. 지난날을 떠올리며 그간 털어놓지 않은 내밀한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눈과 발로 쫓아 사실에 입각한 글쓰기의 치열함과 죽음에 대한 사유, 악과 폭력을 바탕으로 한 약육강식의 세계에 대한 날 선 시선, 힘겨웠던 유년시절 등 그간의 삶과 문학과 시대를 눈부신 미문으로 묘파해 놓았다. 한 개인으로, 아버지로, 아들로, 소설가로서 겪은 삶의 비릿한 진실을 풀어놓아 소설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대작가 김훈의 속살을 엿본다

김훈이 처음으로 내면의 풍경과 정신의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게 맨살을 드러냈다. 대형 장편소설과 세상을 향해 쏟아낸 말과 사람살이의 풍경을 담은 에세이집을 내긴 했지만 작가 자신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이 책에는 김훈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지난날의 일화들이 삽화처럼 들어가 있다. 김훈을 말할 때 허무주의자, 탐미주의자, 마초 등의 수사들이 따라다닌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고 하지만 작품을 통해 드러난 이런 추상적, 관념적 모습이 아닌 진정성이 담긴 삶과, 시대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김훈은 이 책에 풀어놓았다.

김훈은 그 누구보다 지극히 비루한 일상을 살아가는 낙담한 인간을 눈과 발로 쫓은 디테일로 전달하는 작가다. 그가 온몸으로 써내려간 디테일이 삶의 구체성이 되어 산다는 것의 도저한 본질을 꿰뚫게 한다. 검박하고 담담한 듯 보이는 문장은 오히려 더 절절하게, 치열하게, 웅숭깊게 읽는 이의 마음을 뒤흔든다. 극도로 감정을 절제한 문장은 오히려 심장을 터뜨릴 정도로 강렬함을 남긴다. 선과 악이 혼돈되고 전도되는 시대와 부딪히며 살아온 김훈이 그간의 내면 풍경과 삶, 시대, 가족 이야기를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펼친 이 책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훈의 신작 에세이 『바다의 기별』은 읽는 이로 하여금 김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힘과 동시에 우리 자신의 기갈난 삶에 깊은 위안과 힘찬 용기를 주는 글들이 담겨 있다.

경제난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우리들. 각자의 삶에 주름살이 늘어가는 요즘, 영화나 소설이 현실보다 더 심오하고 극적일 수 있을까. 하루하루 견디며 살아가는, 먹고살기 위해 치욕을 견뎌야 하는 나날이 늘어가는 이때 삶을 치열하게 견뎌낸 김훈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반갑다. 영화나 문학작품과 같은 서사예술의 감동이 극중 인물들의 행위와 감상자 개인의 주관적 체험과 기억이 교차될 때 발생하는 화학작용이라 한다면 이 책은 온전히 공감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13편의 산문이 실려 있는 이 책은 김훈이 차린 소박한 성찬이다. 작지만 알차서 그가 살아온 삶의 무늬들을 그려볼 수 있다.



살갗으로 읽어낸 엄정한 삶의 진상

『바다의 기별』에서 김훈은 사적인 차원의 구체적 회억을 처음으로 진술한다. 그가 들려주는, 빈한했던 유년시절과 시대와 불화했던 아버지, 그리고 헌신적이던 어머니의 이야기는 신파적이지 않으면서도 읽는 이로 하여금 애틋함을 자아낸다. 그는 비루한 것을, 그 어떤 감상도 보태지 않고 다만 비루하다고 말하면서 그 비루함이 유도할지도 모르는 동정과 연민을 차단한다. 동정과 연민을 원천봉쇄하는 그의 강직과 직설이 오히려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이것은 김훈의 허무주의의 요체를 이룬다. 참담하고 참혹하지만 마주볼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삶이라는, 김훈의 간명한 세계관과 수미의 쌍을 이룬다. ‘꾸역꾸역 이어지는 삶의 일상성’이야말로 경건하고 진지한 것이며, 삶은 단단하고 무참한 생계의 연쇄라는 일관된 생각을 송곳처럼 명료하게 보여준다.


“아버지를 묻던 겨울은 몹시 추웠다. 맞바람이 치던 야산 언덕이었다. 아버지는 오래 병석에 누워 계셨고, 가난은 가히 설화적이었다. 병장 계급장을 달고 외출 나와서 가끔씩 아래를 살펴드렸다. 죽음은 거역할 수 없는 확실성으로 그 언저리에 와 있었다. 아래를 살필 때, 아버지도 울었고 나도 울었다.” -「광야를 달리는 말」중에서


"어머니는 거칠고 사납고 과장된 말을 무척 싫어하셨다. 몇 살 때였던가. 제헌절 날 어머니는 새 옷을 주셨다. 어머니가 주신 새 옷은 새로 산 게 아니라 입던 옷을 빨고 깁고 다려서 주신 옷이었다. "법을 만든 날이다. 새 옷을 입어라"고 어머니가 말씀하신 것으로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어머니에게 헌법은 과연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눈물겹다." -고향과 타향」중에서


딸아이가 공부를 마치고 취직해서 첫 월급을 받았다. 딸아이는 나에게 휴대폰을 사 주었고 용돈이라며 15만 원을 주었다. 그 아이는 아마 월급쟁이로서 평생 살아가게 될 것이었다. 진부하게, 꾸역꾸역 이어지는 이 삶의 일상성은 얼마나 경건한 것인가. 그 진부한 일상성 속에 자지러지는 행복이나 기쁨이 없다 하더라도, 이 거듭되는 순환과 반복은 얼마나 진지한 것인가. 나는 이 무사한 하루하루의 순환이 죽는 날까지 계속되기를 바랐고, 그것을 내 모든 행복으로 삼기로 했다. - 「무사한 나날들」중에서



김훈에겐, 감상을 거부한 분노와 사랑이 곧 문법이며 문체다.

3부에 들어간 최근에 행한 강연원고에서 김훈은 최초로 자신의 문학적 자의식과 문학론, 그리고 작가로서의 세계관을 매우 명료하면서도 단호하게 드러내고 있다. 2001년 『칼의 노래』를 상재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 선 김훈은 일급의 좋은 작가임에 분명하지만, 대개의 좋은 작가들이 그런 것처럼 천의무봉의 재능에 기대는 작가의 자리를 스스로 거역한다. 그는 치열한 자기부정의 방식으로 자기합리를 꾀하는 아찔하고 절대적인 모순성으로 가까스로 작가의 길에 서 있을 뿐이다. 그는 그 모순으로 삶이 매순간 만들어내는 애매한 국면의 진상을 꿰뚫는다. 인문성에 매몰된 정신주의자이기보다는 순결한 감각주의자이기를 자처하는 김훈은 다만 자신의 몸이 반응하고 지각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절대적 숙명을 긍정할 뿐이다. 거기에서 독특한 김훈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진다.


“쓴다는 것은 불완전한 언어로 불완전한 세계에서 사는 불완전한 인간에 대해서 쓴다는 것이다.” -본문에서


익히 알려진 것처럼 그의 허무주의는 해명되지 않는 삶의 기저를 투시한다. 그래서 그의 말이 빚어내는 풍경은 참혹하고 쓸쓸하기 이를 데 없다. 그는 악과 폭력이 이 세상의 근본 바탕이며 그것을 지배하는 형식이 바로 약육강식이라고 말한다. 그가 그렇게 말할 때, 그의 심연에서 지각변동과 삼투압을 일으키는 분노와 사랑은 수사의 문법을 뛰어넘어 그것 자체가 곧 명백한 수사가 된다. 다시 말해, 김훈의 문법은 곧 분노와 사랑인 것이다.



보여지는 김훈과 보여지지 않는 김훈 사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부록

이 에세이집은 13편의 에세이와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동안 김훈이 펴낸 저작물들의 서문을 모두 모아 부록으로 실었다. 특별히 부록을 실은 데는 이유가 있다. 그가 쓴 서문은 당대의 지식인으로, 문장가로, 작가로서 그가 살아낸 시대와 치열한 소통을 보여주는 더할 것도 없고 덜할 것도 없는 명백한 증물이다. 서문들을 읽다보면 시대와 늘 서늘하게 불화했던 김훈의 복잡하고 아름다운 내면 풍경이 어느덧 질서의 구조를 가지면서 오롯하게 드러난다. 서문 모음과 함께 김훈이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행한 수상소감들도 모았다. 한자리에 모아놓고 읽으면 개별적으로 읽을 때와 달리 김훈의 삼엄한 문학정신, 그 진정성을 더욱 깊이 음미할 수 있게 된다. 서문과 수상소감은 김훈이 쓴 본문의 이야기를 보완하는 2차 텍스트라 할 수 있는데, 이를 읽으면 보여지는 김훈과 보여지지 않는 김훈 사이에서 여러 겹을 이루고 있는 미세하고 구체적인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책속으로


아버지를 묻던 겨울은 몹시 추웠다. 맞바람이 치던 야산 언덕이었다. 아버지는 오래 병석에 누워 계셨고, 가난은 가히 설화적이었다. 병장 계급장을 달고 외출 나와서 가끔씩 아래를 살펴드렸다. 죽음은 거역할 수 없는 확실성으로 그 언저리에 와 있었다. 아래를 살필 때, 아버지도 울었고 나도 울었다. -22쪽


“요사스럽다. 곡을 금한다.” 내 아버지한테서 배운 말투였다. 여동생들은 질려서 울지 못했다. 아버지의 관이 내려갈 때 나는 비로소 내 여동생들의 ‘오빠’라는 운명에 두렵고도 버거운 충만감을 느꼈다. - 23쪽


삶은 살아 있는 동안만의 삶일 뿐이다. 죽어서 소멸하는 사랑과 열정이 어째서 살아 있는 동안의 삶을 들볶아 대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진부하게, 꾸역꾸역 이어지는 이 삶의 일상성은 얼마나 경건한 것인가. 그 진부한 일상성은 얼마나 경건한 것인가. 그 진부한 일상성 속에 자지러지는 행복이나 기쁨이 없다 하더라도, 이 거듭되는 순환과 반복은 얼마나 진지한 것인가.

-32쪽


중모리 문장은 편안하다. 사유는 문장 속에 편안하게 실린다. 휘몰이 문장을 쓸 때는 사유가 문장을 몰고 가지만, 중모리 문장을 쓸 때는 문장이 사유를 이끌고 나가는 것 같다. 그래서 중모리 문장을 쓸 때 내 몸은 아늑하다. 그 아늑함이 한가하고 또 부질없이 느껴질 때, 나는 다시 휘몰이 쪽을 넘보는데 휘몰이 문장을 불러오려면, 사유의 질감을 바꿔야 한다. 이 전환은 쉽지 않다. -59쪽


교도소 정문 맞은편 야트막한 언덕 위에 웬 허름한 여인네가 포대기로 아기를 업은 채, 추위 속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그 아이의 아버지 김지하가 검거되었던 것이다. 어쩌자고 생후 10개월 미만의 어린것을 업고 영하 12도의 강추위 속에 교도소 앞 광장으로 나온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그날 밤 신문사로 돌아가 마지막 기사를 작성했다. 나는 박경리에 관하여 쓸 수가 없었다. 나는 어쩐지 그것이 말해서는 안 될 일인 것만 같았다. 새벽 두 시께 집으로 돌아와 잠자다 일어나 아내에게 그날의 박경리에 관해서 말해주었다. 아내는 울었다. 울면서 “아기가 추웠겠네요”라고 말했다. 춥고 또 추운 겨울이었다. -94쪽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나에게 사명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언어로써 증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아름다움은 세상의 악과 폭력과 야만성과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다. -137쪽







차례


머리말 


Ⅰ 바다의 기별

   바다의 기별

   광야를 달리는 말

   무사한 나날들

   생명의 개별성

   칠장사 기행

   글과 몸과 해금

   시간의 무늬


Ⅱ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1975년 2월 15일의 박경리

   고향과 타향

   무너져가는 것에서 빚어지는 새로운 것


Ⅲ 말과 사물

   회상

   말과 사물

  


부록 서문과 수상소감

     •칼의 노래/현의 노래/남한산성/개/빗살무늬토기의 추억/강산무진

     •공차는 아이들/밥벌이의 지겨움/풍경과 상처/자전거 여행/자전거 여행2

      문학기행/원형의 섬 진도/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내가 읽은 책과 세상/선택과 옹호

     •다시 임화를 생각함/스스로 두려운 마음으로/지표가 된 약봉투

  

     오치균의 그림



지은이

 

 김훈

자전거레이서.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오랫동안 신문기자 생활을 했다. 지은 책으로 독서 에세이집 『내가 읽은 책과 세상』 『선택과 옹호』, 여행 산문집 『문학기행 1, 2』(공저) 『풍경과 상처』 『자전거 여행 1, 2』 『원형의 섬 진도』, 에세이집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밥벌이의 지겨움』『공차는 아이들』, 장편소설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칼의 노래』 『현의 노래』 『개 :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남한산성』과 소설집 『강산무진』 이 있다.

 

 

 

 

          기간: 12월 6일~12월 12일

          모집인원 :30

          당첨자 발표 : 1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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