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삼매경

1988 (나는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by 칠면초 2011. 12. 4.

 

 

중학교 시절부터 각종 글짓기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냈으나 고등학교 때 낙제와 함께 자퇴한다. 후일 랭킹 1위 카레이서가 되었으며 블로그 방문자 4억5000만명에 이르는 젊은 문화권력을 만들어내더니 2010년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된다. 중국 문단의 이단아라는 칭함을 받는 작가 한한을 소개하는 글이다. 마치 미국판 제임스 딘을 연상케 하는 그가 로드무비처럼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소설 ‘1988’을 출간했다.


1988은 주인공 ‘나’의 차 스테이션 왜건의 이름이다. 소설의 시작은 길 위에서 시작한다. 주인공 ‘나’가 1988이라는 왜건을 만들어준 친구를 찾으러 1988에 시동을 건다. 찾아가는 곳은 친구가 머무는 감옥. 며칠의 여정 가운데 첫날밤 여관에서 우연히 ‘나나’라는 매춘부와 동침하며 그의 여정이 펼쳐진다.


“선생님, 문 좀 열어주세요” 무슨 일이지? 문 앞으로 다가가 문틈에 귀를 대고 물었다. “누구신지… 무슨 일이죠?” “제발 방에 들어가서 말씀을 드릴게요”~나는 방문을 열었다(16p)


황량한 들판을 가로지르는 국도, 여행자를 기다리는 모텔과 식당, 주유소 그리고 뜻밖에 만난 반려자들이 기존 소설과 조금은 익숙하다. 시점은 현재지만 주인공의 과거가 회상되면서 마지막에 여러 가지 의문이 동시에 풀리는 구조를 갖고 있는 부분도 편안하다. 여행을 통해 동시대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목격하고 자아를 회복하는 과정은 매우 익숙한 모티브다.


‘나’는 첫날 투숙한 여관에서 뜻밖에도 생각지 못한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며 매춘부 ‘나나’와 주인공 ‘나’의 과거가 하나씩 수면 위로 떠오른다. 첫 기억은 초등학생 때 국기봉에 올라갔던 일. 밑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가슴을 졸이는 사이, ‘나’는 나중에 첫사랑이 된 남색 치마를 입은 여학생을 보게 된다. 화자의 유년기는 무엇이든 잘하는 대학생 띵띵형, 담대하고 난폭한 성격으로 두목 노릇을 하는 10번, 말괄량이 여학생들, 대만그룹 ‘소호대’ 같은 대중문화의 매혹 속에서 흘러간다.


그와 동시에 어린 시절의 형과 10번, 리우인인도 내 기억 속에서 1988을 따라 앞을 향해 가고 있다. 평행관계를 유지하면서 영원히 만나지 못하고 동시에 진행되면서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5일간의 여정 이후 2년이 지난 시점까지의 내용이다.


‘나’가 마침내 친구가 있는 그곳에 도착했을 때, 친구는 이미 유골이 되어 있다. 이미 사형이 집행되었기 때문이다.


하늘이 어두워지자 나는 시동을 걸었다. 차머리를 동쪽으로 돌렸다~ 나는 1988을 세웠다. 아이는 잠들어 있다. 오늘은 아이가 울지 않았다. 나는 뒷자리에서 보자기에 묶인 함 하나를 꺼냈다. 그 안에는 1998 제조자의 유골이 들어있다. 내 마음 속에는 이 유골함에 띵띵형과 10번, 그리고 리우인인과 멍멍, 그리고 또 그녀가 함께 들어있었다(278p)


주인공이 친구의 유골을 자동차 '1988'에 싣고 다시 길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이 세상과의 소통에 대한 욕구를 놓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못 희망적이다. 소설은 여자가 낳은 아이를 나에게 선물로 보내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 길은 괜찮으니까 계속 앞으로 가봐, 안녕 친구!"

'독서삼매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샘물의 시크릿뷰티  (0) 2011.12.06
청원  (0) 2011.12.05
조조 사람혁명  (0) 2011.12.02
행복하기 연습  (0) 2011.11.30
[서평]이겨야 아름답다  (0) 2011.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