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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조조 사람혁명

by 칠면초 2011. 12. 2.

 

영웅은 시대가 만들고 시대는 영웅에 의해 변한다. 학창시절 삼국지를 읽으며 유비, 관우, 장비는 착한사람, 조조는 나쁜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다시 삼국지를 접하며 과연 조조를 간신의 대명사로 불러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세상을 조금 더 알게 되면서 조조에 대한 연민이랄까 동질감이 스멀스멀 밀려왔던 것도 사실이다.

 

조조는 덕으로 인재를 모은 유비와 달리 신분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만 있다면 과감히 발탁, 적재적소에 배치한 결과 삼국통일의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조조는 과거를 따지지 않았다. “내 사람이 된 이상 과거를 묻지 않겠노라, 앞으로는 나를 위해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주게”라고 부하 적군의 장군 진림에게 말하는 모습에서 조조의 포옹력과 인재욕구가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살면서 우리는 전략이란 말을 자주 쓴다. 경영전략, 마케팅전략, 선거전략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고 심지어는 고스톱을 치는데도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전략의 대가로 조조를 꼽는다. 그러면서도 ‘조조 같은 놈’ 하면 그건 간신배로 인정되었다.

 

하지만 글로벌화 된 현실에서 바라보는 조조가 간신배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행여 조조에 대한 평가를 그렇게만 하고 있다면, 시쳇말로 직장에서 클 수 없다. 요즘은 달라진 생각들이 모여 조조를 배우자는 움직임도 있다. 조조의 진면목이 새롭게 조명되는 시점에 ‘춘추전국시대의 정치사상’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신동준 21세기정경연구소장이 ‘조조 사람혁명’(한국경제신문 펴냄)을 출간하면서 여기에 불을 지폈다.

 

저자는 조조에게서 수많은 장점을 뽑아냈다. 특히 인재를 활용하는 부분을 집요하게 추적해 그 지혜를 발굴해냈다. 15가지로 그의 시선을 모아보면 ‘모든 일의 시작은 사람이다’‘대의명분 없이 움직이지 마라’‘필요하면 적도 스카우트하라’‘진심을 먼저 보여라’‘인재는 스스로 오지 않는다’‘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나를 모욕한 자라도 상관없다’‘의견은 듣되 결정은 직접 하라’‘인간적 실수는 눈감아주어라’‘작은 인연이 모여 큰 인연을 만든다’‘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능력이다’‘리더의 믿음은 충성으로 돌아온다’‘함께할 수 없다면 죽여라’‘아낌없이 베풀어라’‘사랑보다 두려움이 낫다’로 제목만으로도 흥미롭다.

 

조조의 리더십에서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사람혁명’이다. 그에게는 인재를 얻고 활용하는 지혜가 있었다. 신분과 형식 등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만 있으면 과감히 발탁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인재 정책은 조조가 천하를 호령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었다. 또, 한 가지라도 특별한 재주가 있는 자를 높이 평가하며 대접했다. 조조는 “성공은 혼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어떤 성공을 이룰 수 있는지 알려준다”는 진리를 꿰뚫고 있던 것이다.

 

마지막 부분 ‘조조, 사람을 탐하다’에서 저자는 스티브잡스와 조조를 비교했다. 그의 비교는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 조조는 세상 사람들로 부터 손가락질 받는 환관 집안 출신이고 잡스는 입양아 신분이었다. 조조는 희로애락의 정서를 거의 여과 없이 드러내는 호방함과 파탈 행보로 백성은 물론 선비들을 감복시켰다. 애플제국을 창건한 잡스도 새 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청바지를 입고 온갖 독설과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악동 기질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전 세계의 소비자들은 꾸밈없이 실력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그의 천재성에 환호했다. 두 사람은 ‘파탈의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천하를 호령했던 공통점을 지적했다. 돌아보면 조조는 자신의 곁에 있는 모든 사람이 '멘토'이자 '팔로워' 임을 이미 깨닫고 있었다. 그러기에 조조의 장점을 잘 뽑아낸 이 책을 읽으며 한문장 한문장 마다에 탄성을 지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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