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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문 앞에 꽃이 피었네

by 칠면초 2017. 7. 2.


오솔길은 호젓해서 좋다. 단풍이 들어도 나들이처럼 수다스럽지 않아서 좋다. 잎 진 나뭇가지 사이로 속살을 드러내면 원시의 자연이 정겹고 반갑다.

마치 오솔길 같은 책, ‘문 앞에 꽃이 피었다는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화선지 위에 검은 먹으로 글씨를 쓰고 채색한 그림, 모조지에 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크레파스로 칠한 그림 65개의 작품이 실려 있다. 아직도 함께 지내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따스한 눈길이 작품마다 들어 있다. 문장들도 따듯한 인사들로 가득하다.

 

엄마는 구들방이 따시다’, ‘세상을 미소 짓게 하는 향’, ‘산빛 들빛 물빛 차향 사람향’, ‘하늘빛 구름 그림자’, ‘꽃이 봄산에 만발 하도다’, ‘마음 있으면 다 보인다’, ‘7살 때 글씨등등 글자만으로도 마음에 꽃을 만드는 책이다.

 

작가 유진수는 우리선조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해온 태극을 주제로 20여 년간 태극의 변주에 몰두해 왔다. 조상의 인문적 사상이 담긴 고서를 재료로 사용하여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우리만의 미학, 우리 조형의식이 담긴 작품을 표현하고자 온힘을 기울여 왔다. 그래서인지 그가 적은 화선지위의 한줄한줄은 지극히 한국적이며 잠자는 생각을 깨우기 좋은 책이다.

 

작가가 마무리로 적어논 , 빈 마음으로 나를 바라볼 때, 비로소 옛 어린 시절 나의 가슴을 움직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오늘은 나도 빈마음으로 풍성한 추억을 그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