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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즐기기

<시>처럼 살다 간 배우 윤정희

by 칠면초 2023. 1. 22.

 

 

*아네스의 노래*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랫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젠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 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을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에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 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랫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다시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배우 윤정희 사망 소식과 함께 보게 된 영화 <시>의 마지막에 나온 시이다.

먼저 윤정희 배우의 명복을 빌며...그녀 삶과 너무도 비슷했던 영화 <시>를  홀린듯 읽어내려갔다.

 

영화의 초반부는 강에 투신자살한 소녀의 시체가 강물 위로 떠내려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소녀는 주인공 미자(윤정희) 의  외손자 종욱과 그 친구들로 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후 투신자살했다.

 이 사건은 영화 전체를 직간접적으로 끊임없이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걸 잊어버리고 싶은 미자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는다.

 

그녀는  어려운 형편에서 자신과 손자의 삶을 어떻게든 지탱하기 위해 중풍에 걸려 거동이 불편한 노인(김희라)의

간병인으로 일한다. 하지만 이 노인은 미자에게 자꾸 추근대며 비아그라까지 먹고 덤벼든다. 

여기서 어린청소년의 성폭행과 쓰러져가는 노인의 성폭행 차이가 무엇일까 생각들었다.

 

한편 미자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꽃을 너무너무 좋아하며 엉뚱한 말도 잘해  그것을 직접 써보고 싶어 문화센터를 찾아

시 강의를 듣는다. 

 

거기서 시와 시상을 배운 미자는 시상을 찾아 시를 쓰고 싶어하지만 시상을 찾을 수 없어서 시인에게 시상은 언제 오는지 있는지 묻고, 시인은 시상은 스스로 오는 게 아니라 자기가 직접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손자는 경찰에 끌려가고 그녀는 문회센터 종강날 그녀가 그토록 좋아한 꿏다발과 함께 한편의 시를 적어 선생님 책상위에 올리고 떠난다.

 

영화는 '아네스의 노래' 시를 낭송하며 죽은 소녀의 추억으로 여러 화면이 흘러간다. 시가 후반부 낭독하는 목소리는 소녀의 목소리로 바뀐다. 낭독이 끝난 후 소녀는 화면을 바라보며 웃음을 짓고, 영화는 여기서 끝난다.

 

미자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영화는 우리에게 답을 찾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