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명상 '풀과 잔소리'
2024.9.7. 아침10:37 토광에서
꽃의 잔소리는 때로는
귀한 보약이다
삶을 기름지게도 하고
땅을 갈아 엎기도 한다
풀은 갈아 엎은 땅에서도
단단한 바위 틈에도
끓는 아스팔트 틈에서도 뿌리를 박는다지
꽃잔소리와 풀은 얼굴을 마주하고
웃기도 하고 버럭 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동지가 되어 걷는다
풀이 말없이 뿌리 박을 때
잔소리는 여전히 귀를 쫑긋하고
소리가 내릴 곳을 찾는다
좁은 공간에서도 쫑긋 쫑긋
공간을 쪼개고도 다시 쫑긋
풀은 그 소리를 받아안고
느긋하게 잠도 자고
쓱쓱 하늘에 그림을 그린다
잔소리꽃은 그림을 잘 그렸네 못 그렸네
잔소리 듣는 그는 씨익 웃고는
또 그림을 그리고 일 없이 낮잠도 잔다
나도 잔소리가 되어
풀의 질기고 촘촘한 품에 풍덩 빠져볼까
나는 풀이요 잔소리인게지
잔소리도 웃을줄 알고
풀도 잔소리 하는 것을
-방재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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