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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서평-너,나,우리

by 칠면초 2009. 2. 10.

 

감동 그 자체다. ‘낮’과 ‘밤’의 사이 '새벽'과 '저녁' 그리고 '너 나 우리'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조근조근 이야기해주는 아름다운 동화를 대하고 참을 수 없는 감동 속으로 빠져들었다. 더구나 천 위에 실로 수를 놓은 독특한 방법을 이용해 더욱더 인상 깊은 책이었다. 책은 시종 입체적으로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삽화와 더불어 꿈을 갖기에 충분하다.

 

짧은 동화를 되돌려 보자면, 태양나라와 밤의 나라는 오랜 전쟁 끝에 협상을 하고 '시간과 공간의 국경선'을 만들었다. 밤과 밤의 뚜렷한 경계가 생겼지만 너무 뜨겁거나 추웠다. 태양나라의 왕자와 밤의 나라의 공주… 국경선을 돌아보던 왕자는 공주의 작은 귀걸이를, 공주는 왕자의 단추를 보며 그리움과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끼곤 했는데…

 

어느 날 딱 마주친 그들은 한눈에 사랑을 느낀다. 너무 강하게 춥거나 뜨거운 자신들의 국경을 조금씩 허물어가며 이들은 한 발 씩 다가선다. “혹시 우리… 만난 적이 있던가요?”

처음 그와 내가 만날 때 그도 내게 이런 질문을 했었다. 오랫동안 보아온 내 가족을 보는 그런 심정이었던 나도 그 질문을 속으로 삼키고 있었다.

 

서로에게 무의식적으로 익숙했던 태양나라의 왕자와 밤의 나라의 공주, 이들이 '저녁'과 '새벽'을 만들며 지구엔 많은 생명들이 자라나게 된다. 너무 춥거나 너무 덥지 않기에...

 

뒤늦게 이 사실을 안 태양왕과 밤 여왕은 둘을 갈라놓았지만 왕자와 공주의 사랑은 변치 않았고 왕위도 포기한 채.. 둘은 모든 기억을 지우고 지구에 내려오게 된다.

 

이제,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너 나 우리' 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질문은 심오하지만 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특히나 정현주님의 예술세계가 돋보이는 바느질은, 글을 읽지 않고도 입체적 느낌은 동화의 느낌을 소상히 전달해주고 있다.

 

일반인들에겐 너무나 평범한 천들을 이용해 바느질, 자수, 조각천(퀼트형식으로)으로 다양하게 표현한 태양나라와 밤 나라 그리고 생명력이 넘치는 지구는 감히 내가 살고 내가 바라보는 곳이 아니란 생각이 들 정도 아름답게 그려졌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은 흰천에.. 황금색실을 이용해서 표현된다. 태양왕의 위엄과 용맹이 느껴지기도 하는 그림들. 거기다 밤 나라와 밤 여왕은 검은색 천 위에 자수를 놓아 창백하리만큼 새하얀 얼굴이 검은 천과 대비를 이뤄 더 차갑게 보인다. 차갑지만 은은한 기품이 묻어나는 밤의 여왕. 엊그제 지나간 보름달이 떠오를 정도다.

 

그 밖에도 생명력이 넘치게 된 지구를 표현한 풍성하고 건강한 나무와 각종 동물들. 태양나라와 밤의 나라, 등등의 그림하나하나가 거의 예술작품 수준이다. 글은 짧았지만 그림을 감산하며 사색에 잠기느라 긴 시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