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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부터 방영된 KBS <한국사傳>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 후 책으로 출간되었다. 책으로 엮은 ‘한국사傳’은 1권의 첫 주인공 홍순언부터 5권의 마지막 주인공 이순신까지 우리가 잘 알지 못하거나 알고 있되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인물 중심의 열전이다. 사람의 이야기를 적은 책은 한 마디로 참 재미있었으며 일관되게 하나의 역할, 즉 역사의 감계 기능에 주목했다.
마지막 5권에는 홍역으로부터 조선을 구한 명의 이헌길, 잊힌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암행어사의 전설이 된 박문수, 문화유산지킴이 전형필, 혁명을 꿈꿨던 자유주의자 허균, 역사가 지워버린 천재과학자 장영실,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 등 오늘날 우리 역사가 바로 세워야 할 인물 8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궁극의 가치를 위해 개인의 영달을 기꺼이 버렸지만 당대에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역사의 무덤 속으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명’으로 남은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도 역사는 계속된다는 것이 한국사전이 말하고자 하는 큰 줄기다.
역사란 무엇일까를 생각하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역사서는 가려지고 지워지고 재편집되기 마련이라는 점을 떨칠 수 없다. 조선시대 실록이 그랬고, 이는 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반복되는 흐름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정의를 세우기 위한 인물들로 진실은 햇살 아래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궁극적으로 진실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음을 역사는 증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성웅 이순신’이다. 난중일기 서간집을 보면 ‘여리고 나약했던’ 인간 이순신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어찌 보면 난중일기를 통해 우리는 ‘박재된 영웅’이순신만을 아는지도 모른다. 후세 사람들이 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느라 난중일기에서 그런 기록을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주장도 제기된다.
임진년 1월 1일부터 이순신이 전사하기 이틀 전까지 2359일 동안 무려 13만 글자에 이르는 방대한 기록인 『난중일기』. 이순신은 이 일기에 조선의 장수이자 한 인간으로서 겪어야 했던 모든 것을 기록했고, 역사 속에서 사라졌던 편지형식의 글이 21세기에 이르러 드디어 그 베일을 벗었다.
이순신의 편지들을 살펴보면 난중일기와는 달리 임진왜란 전의 평화를 그리워하는 부드러운 감수성을 느낄 수 있다 (267p)
역사가 지워버린 천재과학자 장여실의 이야기는 더욱 극적이다. 노비 출신으로 정2품 대호군까지 올랐던 그는 조선의 과학문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이끈 과학자다. 세종을 만나 세종의 손이 되어 자신의 능력을 맘껏 펼쳐보였지만, 가마사건이라는 느닷없는 사건에 휘말려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 당한다.
세종의 온천행을 앞둔 세종24년, 장영실은 가마제작을 감독했다. 정밀기계를 만들어온 기술자 답게 장영실은 빈틈이 없었다. 그러나 3월 16일 시험운전을 하던 중 가마는 부서졌다. 영문을 알 수 없는 가마사건으로 장영실은 의금부로 끌려갔다. 그리고 이후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세종에게 장영실이라는 존재가 더 이상 필요치 않았던 것일까? 가마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세종의 태도는 많은 의문을 갖게 한다. (169p)
그리고 타국에서 끈질기게 붓과 총을 들고 항일투쟁의 선봉에 섰던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빛나는 투지로 살다간 그녀의 유해는 죽은 지 60여 년 만에 광복 조국의 땅에 묻힐 수 있었다.
그뿐 아니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했을 때, 그의 배후에는 최재형이라는 항일독립운동의 대부가 있었다. 그러나 안중근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때까지 끝끝내 배후를 밝히지 않았고, 최재형이라는 이름은 우리의 망각 속으로 사라졌다.
대한민국 정부가 1962년에 수여한 건국공로훈장이 최재형의 유족에게 전달되는 데에도 33년이 걸렸다. 한ㆍ러 수교 이전, 냉전논리에 가로막혀 최재형은 사후 70여 년간 그늘에 가려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한국사전‘은 1권부터 5권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인물들을 한 명 한 명 불러 그들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눈을 열어주었다. 시간의 흐름은 승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역사 속에 잠시 잊혀졌던 인물들의 진실을 담아내고 있어 더욱 반가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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