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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조카아이가 읽던 ‘율리시스 무어’를 받아서 읽은 적이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다른 시대의 다른 장소로 우리를 보내주는 시간의 문과 그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들이 존재한다는 판타지 동화로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자리했다.
이번 ‘율리시스 무어’ 7권을 앞제두고 앞의 읽지 못한 이야기들이 걱정 되었는데, 그럴 염려는 없었다. 7권 하나만으로도 너무나 흥미진진해 책을 받아든 순간 한시도 책을 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2년만의 출간이라 이 책을 찾던 독자들로부터 대단한 환영을 받고 있으리라 여겨진다.
‘율리시스 무어’는 마법과 초능력이 난무하는 판타지가 아닌, 작가의 치밀한 구성과 설정이 빛난다. 수많은 판타지에서 다루는 ‘선과 악의 대결’ 이라는 진부한 구도 대신 ‘상상과 현실의 대결’을 보여주기에 일반 판타지나 무협소설과는 다르다.
소설의 시작은 7권에서 새롭게 등장한 주인공인 베네치아의 12세 소녀 아니타가 ‘낙서의 집’에서 신비로운 수첩을 발견하면서 시작한다. 아니타는 문화재 복원가인 엄마를 따라 베네치아에 온 영국 소녀다. 호기심이 많고 상상력이 풍부해 궁금증은 꼭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수첩에는 율리시스 무어의 일기에 사용된 것과 똑같은 기호로 적힌 메모가 씌어 있다. 거기다 살아 움직이는 그림 속 여인이 아니타에게 말을 거는데……. 이 수첩의 비밀을 밝힐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아니타가 직접 콘월의 숨겨진 마을로 가서 줄리아와 제이슨, 릭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어쩌면 문제해결은 단순한 사고에서 나온다는 생각이다.
율리시스 무어 7권에서 아니타는 지도에 없는 마을 킬모어 코브를 찾아 떠난다. 전편의 주인공 릭, 제이슨 그리고 줄리아는 2년이 흘러 키가 훌쩍 큰 중학생이 되었다. 아니타는 무엇 때문에 킬모어 코브의 세 아이를 만나려는 것일까?
“도와줘요. 난 죽음의 나라의 마지막 사람이에요.” 아니타의 머릿속에 울린 낯선 여인의 목소리 때문에 모험이 시작된다. 아니타가 수첩의 어떤 페이지에 손가락을 대자 그림 속의 여인이 아니타에게 말을 건넨 것이다. 수첩은 종이를 발명한 중국의 채륜이 신비의 나무로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창이 있는 책’의 일종이다.
판타지 소설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이 책은 꿈과 상상의 세계를 아름답게 묘사한다. 더구나 율리시스 무어의 주인공이 율리시스 무어를 읽는다. 얼핏 보면 말이 안 되는 문장 같지만 사실이다. “무어 씨에게 돌려주시오”라는 봉투의 문구를 본 아니타의 친구 톰마소는 얼마 전에 읽은 ‘율리시스 무어’를 떠올린다.
아니타는 톰마소에게서 책을 빌려 읽고 영국의 킬모어 코브로 찾아가 그동안 등장인물들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7권의 새로운 주인공 아니타가 책 속의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만나러 간다는 설정은 마치 거울 속에 비친 거울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이처럼 책은 작가의 치밀한 구성과 설정이 빛나는 판타지로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준다.
웅진주니어 편집부는 ‘율리시스 무어’ 첫 출간 후 율리시스 무어의 실존 여부를 묻는 수많은 독자들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팬카페와 블로그 등에서 킬모어 코브와 시간의 문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더구나 표지의 일러스트들도 출판사의 대단한 정성을 감지 할 수 있다. 커버를 벗기는 순간 모리스 모로의 수첩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이야기 속에서 묘사되는 낡은 수첩의 이미지가 7권 표지에 그대로 적용되어 있어서 마치 독자가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웅진에서 만든 주니어 소설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단지 문장과 문장의 연결에 조금은 부족한 부분이 아쉬운 2%라고 해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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