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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서평-중국역사 이야기(춘추시대)

by 칠면초 2009. 2. 23.

예전 어르신들로부터 ‘뙤놈’ ‘짱깨‘라는 속칭으로 중국을 무시했던 언어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딱히 왜 그랬어야 하는지 원인은 모르지만, 아마도 그들이 용이고 우리가 봉황일 수밖에 없었던 한이 남아서 인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국이, 몇 년 사이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해 중국경제를 떼어 놓고 우리경제를 말할 수 없는 시절이 되고 말았다. 한술 더 떠 세계은행과 OECD 등은 2015년 쯤엔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경제규모를 갖게 될 것이라 전망하기도 한다. 이제 그들을 알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러기에 박덕규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의 ‘중국 역사이야기’는 의미가 있다.

 

이 책은 춘추시대부터 청나라까지 3000년 중국의 역사를 시대별, 왕조별로 나누어 총 14권으로 구성했다. 그 가운데 이번에 발간된 5권은 춘추·전국·동한·서한·삼국시대까지다. 각 책마다 24∼26편의 핵심 에피소드가 실려 있어 각 시기의 큰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에피소드만으로 중국의 역사를 파악하기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역사의 굵직한 흐름을 그저 재미있게 읽고 중국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하는 저자의 바람은 성공인 듯하다. 초등학생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꾸몄고 산뜻한 삽화를 곁들여 보는 재미까지 제공한다.

 

먼저 제1권 춘추시대를 보면 주나라가 쇠락할 무렵 제나라 환공, 송나라 양공, 진나라 문공 등 여러 제후들이 패주(제후들의 우두머리) 자리를 놓고 혈전을 벌이는 내용이 소개돼 있다.

 

솔직히 깊이는 얕지만 내용은 일목요연해서 쉽게 눈에 들어온다. 책 제목 앞에 ‘온가족이 함께 읽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듯이 역사가 아니라 ‘역사 이야기’를 대하는 기분이라 문화해설사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아무래도 소설가이자 시인인 저자의 역량 때문이라 여겨진다.

 

춘추시대에서는 우리가 흔히 아는 순망치한(脣亡齒寒), 와신상담(臥薪嘗膽), 토사구팽(兎死狗烹) 등 이 시대에 유래한 고사성어를 익힐 수 있다. 또한 고사성어 속에 숨어있는 삶의 지혜와 경륜, 문화, 철학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역사적인 이야기 전문을 실어 이야기의 전후좌우를 포괄적으로 설명해 놓았다. 그러므로 종적일 뿐만 아니라 횡적인 역사를 알 수 있다.

 

그야말로 그동안 읽어왔던 역사서와는 차별성이 있다. 먼저 "재미있다"는 느낌이 드는 역사서다. 딱딱한 역사책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영화를 보거나 이야기를 듣는 듯 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이야기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다음으로 "읽기가 쉽다"는 부분이다.

 

-영고숙은 깃발을 들고 휘휘 휙휙 휘두르면서 앞으로 나갔다 뒤로 들어왔다 했다. 깃대를 어찌나 세게 휘두르는지 기폭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구경하는 사람들은 너무 놀라서 혀를 쑥 내민채 입을 다물지 못했다(41P)-

 

초등학생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쉬운 문체로 씌어졌다. 그러므로 온 가족이 돌아가며 읽으면 좋은 까닭이다.

 

다음으로 "교훈적이다"라는 부분을 놓칠 수 없다.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과 사건 이야기 속에는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데 교훈을 얻을 수 있는 풍부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고사성어에 얽힌 이야기도 이에 해당한다.

 

이 14권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아직 소개가 안 되었거나 덜 익숙한 인물도 있고, 국내에 이미 소개된 인물이라 하더라도 그 인물의 새로운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이야기들은 한층 재미를 더 높여 준다.

 

1권 춘추시대의 새로운 역사성 접근은 나머지 2.3.4.5.권을 손에 잡게 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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