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리가 사는 세상에 전화가 없다면?
1970년대, 백색전화라는게 있었다.
우리 집은 당시 부의 상징인 백색전화를 가지고 있었다.
손으로 무작정 돌려서 전화교환원이 나오면 번호를 대고 연결을 해 준 후에야 통화를 하는 전화.
그래서 전화국 직원이 마음만 먹으면 통화내용을 다 들을 수도 있는 전화.
당시 인기가수(김세환) 집의 전화번호를 우연히 알았고,
철없는 나는 동갑이었던 일하는 아이와 심심하면 그 집에 전화를 했다.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받으면 한참 “킥킥” 웃다간 끊어버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너 장난 전화 했다며?” 놀랍게도 식구들이 알아버렸다.
알고 보니 전화교환원이 내가 장난전화 하는 걸 듣고는 집으로 고자질을 해 못하도록 한거다.
지금 같으면 통신법 운운 하며 고소감이 되고도 남지만 그 시절엔
‘아,,,전화란 보안이 전혀 안되는 거로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장난전화를 못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이제 전화기는 지천이다. 그리고 새로운 증후군이 생겼다.
요즘은 나도 휴대전화가 울리지 않으면 혹시 잘못되었나 싶어서
전화기를 확인하는 증후군에 시달린다.
여럿이 모여 있을 때 벨소리가 들리면 나한테 걸려온 것으로 알고
습관적으로 휴대전화를 찾는다.
잠시 집 앞에 물건을 사러 갈 때도 휴대전화를 가지고 나간다.
집안에서도 휴대전화를 화장실에 가지고 들어간다.
그래서 다른 업종들은 불경기라고 울상을 짓지만 유독 이동통신업체만은 정보이용료가 높아져
갈수록 호황을 누리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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