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사가 바람이 났다고?”제목이 주는 호기심으로 책장을 넘겼다. ‘바람나다’는 말은 사전적 의미로 ‘남녀관계로 마음이 들뜨다’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외도하다’는 의미로 사용하기에 더욱 궁금해졌다. 들뜨거나 외도하거나 간에 이 두 의미는 모두 정상에서 벗어난 상태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바람난 철학사’는 무슨 의미일까?
진정한 철학자는 모두 폭탄이고 철학은 이성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와, 폭탄이기에 겪게 되는 괴로움의 원인을 밝히려는 사색활동이라고 정의한다. 철학의 역사는 폭탄사상과 킹카사상의 투쟁의 역사이며 폭탄이 '현실을 벗어나 비상하려는 시도'의 역사다. 모든 사람이 킹카가 될 수 있다면 철학은 필요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킹카와 폭탄으로 갈리고 만다. 왜, 도대체 왜 나는 폭탄이어야 하는가? 폭탄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가?......
위대한 사상가는 모두 인기를 거부한 ‘폭탄’이었다는 애플북스의 ‘바람난 철학사’는 아웃사이더 시각에서 철학사를 살펴보고 있다.
정상적이거나 권력, 인기 있는 사람 등 흔히 요즘 말하는 킹카의 시각에서 벗어나 비정상적, 억압, 인기 없는 자, 아웃사이더의 시각에서 철학사를 살펴본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교과서 속에서 알고 있던 철학자들이 철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어떻게 그들만의 독특한 철학을 형성하게 되었는지를 영화와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예를 통해 재미있고 알게 쉽게 보여준다.
플라톤, 데카르트, 칸트, 헤겔 ……그들은 모두 인기 없는 방콕족 폭탄이었다! 사람을 만나면 가장 먼저 게임을 하기 좋아했던 플라톤과, 인형을 사랑한 데카르트, 사랑하다 내빼기의 달인 괴테, 처녀화의 선구자 안데르센, 여자에게 버림받고 자신을 신격화한 니체, 폭탄의 정신을 파헤친 프로이트 등을 통해 철학자의 정의를 ‘폭탄‘이라고 말한다.
헤겔은 철학자라 젊은 시절에 배불리 먹고 살지 못했고 결혼도 마흔을 넘기고서 스무 살 연하의 예쁜 신부를 얻는 데에 성공한다. 스무 살이라니 롤리타콤플렉스가 틀림없다. 헤겔의 대표작 ‘정신현상학’은 독신 폭탄 시절인 서른일곱에 쓴 저서이다. (161P)
지금까지 철학사와 철학교과서에서는 철학이 ‘왜’라는 질문을 통해 체계에 집착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왜 철학자들이 철학을 하게 되었으며 그들만의 철학 방향을 설정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하거나 고민하지는 않았다.
왜, 도대체 왜 철학은 심오해야 하는가?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철학자는 세계의 의미, 또는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해 고민해야만 했다. 이 책은 현재의 주도권을 장악한 킹카에 의해 배제되거나 배척된 아웃사이더 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진정한 철학은 인기를 얻지 못하는 고뇌에서 시작되었다. 왜 나는 인기가 없을까? 왜? 어째서 나는 이렇게 가난한가? 왜 나만 이렇게 못생겼나? 왜, 왜! 이런 고민을 외면하지 않고 현실의 불합리성을 몸소 인식했을 때 비로소 철학이 탄생한다. 이는 나에게 부당한 고통을 주는 이 현실은 대체 무엇인가, 나와 현실은 도대체 어떤 관계인가라는 고민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 세상에는 폭탄이기 때문에 깨닫게 되는 진리가 있다. 19세기 유럽의 킹카들이 연애자본주의 빠져 여자에게 물량공세를 펼치며 분주했던 시대배경 속에서 폭탄 쇼펜아우어는 다 허무하다 욕망을 버리자며 부처의 사상을 외치기 시작했다 (193P)
그렇다면 현실과 세상의 의미를 탐구하려는 자는 모두 폭탄이 되고 만다. 현실에 도저히 적응하기가 힘드니까 한 발짝 물러서서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 후에 폭탄들은 “나는 폭탄이다, 고로 나는 인기가 없다”라는 폭탄사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렇게 철학이 탄생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을 읽으며 꾸준히 놓치지 않는 질문은 애초에 킹카와 폭탄이라는 가치체계는 정당한가라는 거였다. 폭탄이 아니고서는 철학을 낳을 수 없다는 발상은 상당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더. 위에서 말한 폭탄철학자들은 “내가 인기가 없는 것은 세계가 이러저러하기 때문이다”라는 각자의 진리를 찾아낸다. ‘진리’라고 표현은 해도 각자 그렇다고 여기는 진리일 뿐이니 자신만의 망상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확고한 자신의 세계관을 만들어낸다.
이 책은 현재 우리가 겪는 현실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깨달음 전파한다. -신경증의 원인은 이드 속에 억압된 기억과 감정이다. 그런데 이드는 쾌락 원칙으로 움직이므로 본능과 가깝다. 반대로 자아는 현실을 따르려 한다. 때문에 이드의 욕구대로 살다가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274P)-
현실에서 비상하는 길뿐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폭탄의 파라다이스를 평화롭게 실현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해준다. 후반부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은 현대인들에게 적절한 인간내면이 성문제를 다르고 있다. 요즘 다각적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불상사들을 보며 이미 2천년전 폭탄 철학자인 프로이드가 예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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