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도 자격증이 있니?”
등단을 준비하는 내게 친구가 던진 말이다.
갑자기 한 대 맞은 기분. ‘맞아 시인은 누구나라고 하면서 그 자격을 매기는 세상이라니’
그 후 시를 읽으면 늘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럼에도 먹먹함을 느끼기 위해 다독과 다작을 즐겼다.
얼마 전 김율도의 실용시집 ‘가끔은 위로 받고싶다’을 받아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용시집’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실용미술 실용음악은 들었어도 실용시집이라니....
시는 실용이라고 생각하던 내게 특별히 이름 붙여진 ‘실용시집’이라는 말은 낯설었음이 솔직한 심정이다.
관청의 서류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인가?
그런데 시집을 보자 떠올린 생각. ‘3월 봄이구나!’
표지에서 주는 희망적인 색채는 책의 제목을 도와주고 있다.
노란 개나리와 여린 싹 같은 수채화 물감은 오래전 모 시인의 진한 파란색 표지를 보고 설렌 후 두 번째의 흥분을 안겨주었다.
이렇게 손에든 ‘가끔은 위로받고 싶다’는
첫 장부터 시는 따뜻했다.
112권의 시들은 하나의 백신처럼 치료를 준비하고 있었다.
누군가 시인은 누드의 전략기 혹은 제조기라고 했다.
시인은 모든 걸 벗겨내는 탁월한 재주를 가졌기에...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사라지는 것들....
눈에 보이지 않게 가려진 이면들, 속생각들...
시인은 그런 곳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래서 시인은 가끔 거짓말쟁이로 오해를 받는다.
실체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율도국에서 나온 ‘가끔은 위로받고 싶다’는 실체를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다.
위로와 격려라는 부제에 걸맞게...그렇게 속내를 드러낸다.
뼈아픈 진실들 혹은 비약한 언어들을 독자의 마음속에 알알이 넣어준다.
세상에 대한 정밀한 상처들을 모아모아 치유를 아끼지 않는다.
위로받고 싶을 때 책상위에 두고 한줄한줄 읽다보면 정말 치유가 될 것 만 같다.
창밖으로 노란 나비가 한 마리 날아온다. 올해 처음 만나는 나비다. 햇빛이 눈부시다.
갑자기 나타난 나비는 한줄 시를 불러온다.
잠시 후 나비는 사라지고 햇빛도 사라진다. 그런데 시는 남아있다. 그래서 시는 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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