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동안 책을 읽고 3일을 곰곰 생각한 후에 서평을 쓸 수가 있었다. 책은 많은 여백을 주며 각자의 생각을 담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1학년 1반 34번, 나도 34번과 같이 몇학년 몇반 몇 번이 분명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 ‘어른이 되면 자유로워질까?’ ‘어른이 되면 행복해질까?’ ‘학교를 떠나면 자유로워질까?’ ‘학교를 떠나면 행복해질까?’ 이런 생각을 가졌던 올챙이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가슴이 먹먹해짐을 피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인 사춘기 시절. 자아와 정체성, 가치관은 혼란스럽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옳은 것’과 ‘나쁜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 모든 기준은 어른들이 정한 것이다. ‘학교에서는 열심히 공부해라’ ‘너는 글씨를 왜 그렇게 쓰니’ ‘차렷 경례 선생님 안녕하세요?’ ‘지금 수업 중이잖아 어딜 보고 있는거야’ 등등 자신들의 세계에서 어른들의 기준을 지켜야 하는 아이들은 상충되는 현실 속에서 쉽게 흔들리고 아파한다. 그러면서도 34번은 생각한다. ‘맞아 어른이 맞을지도 몰라’(118P)이렇게....
책은 사춘기 성장통을 겪는 아이의 이야기답게 어른들의 마음을 과거로 되돌린다. ‘학교’라는 낯선 제도권 사회에 갓 편입되며 아이가 겪게 되는 두려움, 어른과 아이 사이에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 부모와 선생님의 기대에 대한 부담, 친구들에게 느끼는 소외감 등 사춘기 아이들의 혼란스런 감정들이 저자의 따뜻한 시선 아래서 섬세하면서 아름답게 펼쳐진다.
‘올챙이들은 언젠가 힘이 넘치는 발이 생겨 물 밖으로 나가게 된다. 슈퍼맨의 변신처럼 신기한 일이었다’(19P)라는 대목이 말해주듯이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간다.
주인공 34번은 올챙이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저자는 올챙이와 동반 성장하는 과정을 섬세한 관찰을 통해 진정한 말걸기를 시도한다. 이 책은 쉽게 흔들리고, 쉽게 아파하는 사춘기 아이들의 여린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준다.
제도권 교육 아래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34번의 모습은 내 아이들의 자화상이면서, 내게는 애틋한 성장기의 추억이기도 하다. “어른들이 밉지만, 그래도 어른이 되고 싶다(89P)”는 34번이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고 성숙해져가는 모습은 또래 아이들에게 따뜻한 위안과 희망을 준다.
34번이 사춘기 성장통을 앓는 장면에서 책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무려 20장을 무언으로 독자에게 전달한다. (178p~198P)
그런데 그 부분에서 책을 오랫동안 넘기지 못했다. 유년 시절 추억의 사진첩을 뒤적이는 듯한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아프기도 했다. 그런 후 눈물을 닦는 아이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닌 어른으로 가고 있었다.
“이젠 엄마 탓도 하지 않을게요, 아빠 탓도 하지 않을게요. 학교 탓도 선생님 탓도 하지 않을게요. 이제 어린아이도 아닌데 창피하게 눈물이 흘렀다. 누가 볼까봐 손등으로 눈물을 슥 닦았다. 저녁노을이 아이의 몸을 감샀다.(2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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