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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서평]걷는 것이 쉬는 것이다

by 칠면초 2009. 4. 21.


[ 도서 ] 걷는 것이 쉬는 것이다
김산환 | 실천문학사 | 2009/03/20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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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휴가와 주말에 곧잘 국도여행을 다녔다. 변산, 선운사, 섬진강, 주왕산 등등…마치 내가 다닌 길을 되짚어 보는듯한 ‘걷는 것이 쉬는 것이다’는 받는 순간 가슴 설레는 감동을 안겨주었다.

 

여행길에 만난 비를 맞으며 섬진강변에서 먹었던 올갱이 해장국과 뜨거운 태양을 등지고 원두막에서 즐긴 달콤한 낮잠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이다.

거기다 주왕산아래 민박집 주인은 얼마나 정겨웠는지…아침 길을 떠나는 우리에게 나물을 봉지봉지 담아주던 손길을 잊을 수 없다.

 

이렇듯 ‘옛길박물관이 추천하는 걷고 싶은 우리길’ 이라는 부제를 지닌 ‘걷는 것이 쉬는 것이다’는 내 추억과 더불어 다른 하나의 추억을 남겨주기에 충분했다.

 

이 책은 임진 섬진강을 시작으로 제주 다랑쉬오름, 평창 백운산 칠족령, 문경 하늘재, 봉화 청량산 등 전국에서 꼽은 23개의 옛길을 소개한다.

 

더구나 아름다운 산야를 그대로 옮겨 놓은 풍성한 사진과 함께 해당 지역의 지도, 먹을거리, 볼거리는 물론 싸고 좋은 숙박시설까지 상세히 안내한다. 난이도까지 있어 살짝 미소를 머금게 하는 작가의 친절함은 걷기 좋은 계절도 함께 일러준다. 또 묵어 갈 숙박시설까지 자세히 담아냈다.

 

20여년 넘게 여행을 다니며 길 위의 인생을 살아온 저자는 걷기여행은 걷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걸으며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고 자연을 느끼고 배우는 것이 걷기여행의 목적”이라며 “몸이 아닌 마음이 원할때 쉬는 버릇을 들이라”고 강조한다.

 

첫 장 섬진강 편에서는 김용택 시인이 극찬한 전라북도 임실군 덕치면에서 순창군 동계면 구간의 오래된 징검다리가 등장한다.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 왈츠’의 촬영지인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도의 청보리밭과 논두렁과 밭두렁을 따라 피는 유채꽃 길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책을 읽어가며 콧등이 시려진다. 역시 아름다움은 슬픔이다.

 

이외 경북 문경시 마성면 석현성에서 영강까지 이어진 높이 20m 내외의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나있는 토끼비리, 강원도 인제군 점봉산 숲길, 전남 순천시 조계산 굴목이재 등이 저자의 간결하고도 사색적인 글과 함께 소개돼 있다.

 

 

아름다운 자연 속을 걷는 것은 분명 휴식 이상의 에너지를 얻는다. 여기에 고즈넉한 산사나 선조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고택 등 옛 정취를 느낄만한 우리 길은 충분히 매력적이기도 하다. 작가는 말한다. “가지 않는 길은 지워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