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대한민국 문학 스캔들
“지상 최대의 타워게이트가 온다!!”
배명훈 연작소설
타워
문단의 바깥에서 태어난 소설가의 무서운 재능!
배명훈 스타일은 하나의 신드롬이다
아마도 100년 후, 한국 문단은 작가 배명훈이 이 땅에 있었다는 사실에 뒤늦은 감사를 표해야 할 것이다. 오늘 그가 쌓은 <타워>의 높이보다 그 탑의 그림자가 몇 배는 더 길거란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_ 박민규 (소설가)
『타워』에서 배명훈은 우리 한국 사회의 숨겨진 치부를 헤집고 지금 이곳의 고통을 가상의 리얼리티로 표현한다. 빈스토크는 허구의 국가지만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실제의 대한민국이다. 이 알레고리가 불러일으키는 소설적 재미는 너무 날카로워서 읽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사로잡는다.
_ 이인화 (소설가)
재미있다. 웃긴다. 그리고 냉철하다. 가상공간 '빈스토크'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진짜처럼 흥미롭고 생동감 넘친다.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허구 같기에 더욱 이 소설에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난 이미 '빈스토크'에 살고 있다.
_ 윤명진 (아티스트 ‘김치샐러드’)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인기리에 연재 중(4/1~)!!
웃음의 카니발이 펼쳐지는 新리얼리즘의 탄생
한국 문학을 다시 광장으로 불러낸 소설가 배명훈
배명훈
1978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우수논문상 수상). 재학 중이던 2004년 「테러리스트」로 ‘대학문학상’을 받았고, 2005년 「스마트D」로 ‘제2회 과학기술창작문예 단편 부문'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을 통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으며, 3인 공동 창작집 『누군가를 만났어』를 비롯해 <판타스틱> 등에 단편을 수록한 바 있다.
통찰력을 갖춘 상상력과 날카로운 풍자, 능청맞은 유머 감각이야말로 소설가 배명훈의 최대 강점이다. 2009년 대한민국의 젊은 작가들 가운데 가장 행보가 주목되는 작가로서, 연작소설 『타워』는 그의 첫 소설집이다. 현재는 올해 안에 출간될 첫 장편소설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이야기를 어디에서부터 구성하느냐고요?
먼저 제가 일상 속으로 느끼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요.
우리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리얼한 감정이나 감각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아요.”
_ 배명훈
높이 2,408m, 674층, 거주인구 50만
지상 최대의 마천루 ‘빈스토크’
그곳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나?
35년산 술병에 전자 태그를 붙인다. 그 술병을 상류사회에 유통시킨 후 이동 경로를 추적하면 자연스레 권력 분포 지도가 그려진다. 이 같은 가설 아래 초고층 타워 도시국가 빈스토크 내 미세권력 연구소는 실험을 시작한다. 연구 의뢰자는 현 빈스토크 시장의 재선을 막으려는 야당 선거사무소. 정 교수와 박사 세 사람은 3차원 권력지도를 그리며 돌고 돌던 술 가운데 5병이 영화배우 P에게 전해진 후 이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P의 정체가 네 발로 걷는 개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연구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대만101 509m / 잠실롯데월드 555m / 버즈두바이 810m
하늘로 치솟는 인간의 꿈, 초고층 타워 빈스토크
타워의 이름은 빈스토크.* 높이 2,408m, 674층 규모에 인구 50만을 수용하는 타워는 어느 나라의 수도에 위치해 있다. ‘지상 최대의 건축물’ 타이틀을 놓고 두바이의 초고층 빌딩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설계 변경만 20회. 냉전 시절의 군비 다툼을 연상시킨 경쟁의 결과, 최초 설립자들은 양쪽 모두 파산했다. 착공 41개월 만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기네스북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했고, 완공 5주년 기념일(빈스토크 개천절, 6월 5일)에는 특별 투자구역 지위에서 특별 자치구역 지위로 격상, 이듬해 역사상 최초의 타워 도시국가로서 대내외적인 주권을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독립 정치체로서 독자적인 군대를 보유하고 있고, 빈스토크 원화(BW)를 사용하지만 주요 기축통화로도 지불이 가능하다. 부동산 가격과 물가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인공위성 사업을 중심으로 우주 관련 첨단 서비스의 메카로 군림하고 있다.
(*Beanstalk :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하늘까지 솟은 콩줄기)
▶ 높이 2,408m, 647층, 인구 50만명 ▶ 빈스토크 내 엘리베이터 노선의 총길이 = 4,529km(참고로,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9,334km) ▶ 빈스토크 원화 BW = 2009년 한화 기준으로 1BW=5,120원 - 『온리 플래닛 Only Planet』진기하고 무용한 빈스토크 안내서 中에서
차례
동원 박사 세 사람 : 개를 포함한 경우
자연예찬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
엘리베이터 기동연습
광장의 아미타불
샤리아에 부합하는
부록
1 작가 K의 『곰신의 오후』 중에서
2 카페 빈스토킹 - 『520층 연구』 서문 중에서
3 내면을 아는 배우 P와의 ‘미친 인터뷰’
4 「타워 개념어 사전」
작가의 말
『타워』를 읽고 _이인화
털면 먼지 나는 사람들의 유쾌한 반란
능청맞게 재미있는 『타워』 개념어 사전
개 : ① 빈스토크 생태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네 발 짐승. 일부 개체는 빈스토크 내 권력 핵심부에 서식하며 ‘국민’이라고 짖기도 하여 언어 구사 가능성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② 인간의 다양한 존재양태 중 하나로, 일정 정도 이상 알코올을 섭취한 경우에 발현되는 인간 내면의 극단적 외면화 현상을 일컬음.
권력장 : 권력이 작용하는 공간. 권력 핵심부를 향해 만곡곡선의 형태로 일그러진 3차원 공간으로 지표가 되는 재화나 용역의 흐름을 관측하여 재구성할 수 있다. 개인이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권력관계에 놓인 개체로 행동하게 만드는 권력 기제로, 인간도 아닌 것들이 인간인 것처럼 권력을 행사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만든 원인임.
먼지 : 현대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존재의 흔적. 초고층 문명의 사회계약은 누구든 털면 먼지가 나기 때문에 서로 털지 않는 게 합리적이라는 암묵적 합의 위에서 이루어졌음. 그러나 이 사회계약이 법률상 책임까지 면제해주지는 못함. 예) 그러자 시 정부에서는 비판하는 사람들을 불러다가 먼지를 털었다.(「자연예찬」 중에서)
무계획실 : 23개 동원계획으로도 사전 대비할 수 없는 특이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육군 내 특수 창의력 조직. 절반의 인원이 반란에 참여해 가용 인원이 절반밖에 안 되는 가상 상황에서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했으며, 그 결과 인력 절반이 감축됨.
바보 : 현대 도시인들 사이에 합의된 최소한의 사악함을 습득하지 못하여 타인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인간의 도리를 행함으로써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사람. 예) “저 때문에 그런 건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그 사람 워낙 바보여서”, ‘거기서 뭐하니 바보야.’(「타클라마칸 배달사고」 중에서)
사랑 : 존재 간의 결합과 분리 과정에서 느껴지는 근원적 충족감, 혹은 박탈의 감정. 난방비를 부담할 수 없는 극빈층의 경우 단지 벽을 넘어 전해지는 옆방의 온기만으로도 극단적인 신뢰와 호의, 온정, 그리움 등의 감정을 느끼기도 함. 예) “그건 거의 사랑이었어.”(「엘리베이터 기동연습」 중에서)
수평주의와 수직주의 : 수평운송노조와 수직운송조합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빈스토크의 양대 이념 체계.
엘리베이터 : 빈스토크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으로서 30층 이내 구간을 오가는 단거리 엘리베이터, 50층에서 100층 사이를 오가는 중거리 엘리베이터, 그리고 장거리 엘리베이터로 구분됨. 대부분 민간 사업자들이 운영하며 운임은 유료.
역군은(易君恩)이샷다 : 통치자의 은덕을 찬양하는 고전 가사의 종결구. ‘이 또한 임금님의 은혜다!’라는 뜻.
욕 : 축적된 감정적 유대를 희생하여 업무의 효율성 제고를 꾀하는 의사소통 방식. 예) “곧 성행위를 할 사람들”, “생식기 같은 자들”(「엘리베이터 기동연습」 중에서)
자연 : 빈스토크 외부 세계 어딘가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다종(多種) 생태계와 천연 지형지물의 복합체.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문예사조가 꽃을 피우기도 하지만 직접 보고 쓰는 예술가는 극히 드물며, 심지어 저소공포증을 호소하는 작가가 자연예찬론자에 포함된 경우도 있음.
저소공포증 : ① 빈스토크 토착민들에게서 나타나는 정신장애.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50층 이하 높이에서 호흡 곤란, 정신착란, 환각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결국 건물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됨. ② 빈스토크의 민족주의를 비유하여 지칭하는 말. 예) 그에게는 빈스토크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의 증거, 저소공포증이 있었다.(「샤리아에 부합하는」 중에서)
조그만 정성 : 대가성 혐의를 희석시키기 위해 주로 사적인 대인관계망을 따라 전달되는 재화나 용역을 가리키는 말. 여기에 전자 태그를 부착할 경우 권력장을 측정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음. 예) 연구진 사이에서도 불만이 없지 않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줄이 닿았는지 핵심 권력 근처 광범위한 영역에 ‘조그만 정성’을 뿌려대는 정 교수의 능력만큼은 누구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동원박사 세 사람 : 개를 포함한 경우」 중에서)
코스모마피아 : 위성 요격 미사일 기술을 보유한 구공산당 계통의 무장세력. 빈스토크의 주력 산업인 위성 서비스 산업에 심각한 위협을 가함.
ICBM 스페셜 에디션 : 코스모마피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격에 직면한 빈스토크의 세기말적 분위기를 기념하는 여성용 명품 가방. “탄도미사일이 빈스토크를 향해 날아오는 모습을 형상화한 세련된 지퍼 디자인. 누가 봐도 버섯구름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실버 트리 장식. 우울한 세기말적 분위기를 유감없이 표현한 도시 감각의 로맨틱 레드.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의 가녀린 팔을 부드럽게 감싸줄 젠틀하고 보이시한 느낌의 가죽 손잡이”라는 홍보 문구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음. 한정판매.(「샤리아에 부합하는」 중에서)
‘2009년 대한민국 문학 스캔들’을 주도할 작가 배명훈과 함께한
『타워』만큼 재미있는 인터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머 감각!!”
<참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능청맞은 풍자, 소설의 무대를 무한 확장시킨 마술적 상상력, 한국 문학을 다시 광장으로 불러낸 작가 배명훈의 첫 소설 『타워』 출간을 앞둔 어느 날 저녁 늦은 시간, 여의도 63빌딩 전망대 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와 만났다. 더하고 뺄 것 없는 23분 50초간의 생생한 인터뷰 무삭제 풀 중계!>
인구 50만 명의 674층짜리 도시국가라는 소재가 꽤 인상적이었다. 674라는 숫자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닌가.
숫자 자체에 의미는 없다. 의미가 있을 법한 숫자는 피했다. 다만 대단히 높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원래는 500층이었는데 쓰다 보니 어쩐지 낮아 보였다. 게다가 100층 단위로 떨어지면 사실적인 공간이라는 느낌보다는 우화적이고 은유적인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해질 것 같았다. 100만 대군을 동원한 나라와 375,733명을 동원한 나라가 싸우면 375,733명을 동원한 나라가 이긴다. 마지막 한 자리 숫자까지 셌기 때문이다. 빈스토크는 디테일이 살아 있는 공간이어야 했다.
단순화해서 100단위로 끊는 편이 더 인상적인 것 아닌가. 바벨탑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그 자체로도 풍자나 비꼼의 미학 같은 것들을 만들어 내는 데 문제가 없었을 텐데.
비판하고 물어뜯기만 하는 데서 끝낼 생각이었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대충 눈에 띄게 500층이나 600층이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대안이다. 현대 도시 문명을 비웃기는 쉽지만 그 문명을 가지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담아내기는 어렵다. 내가 생각한 대안은 사람, 혹은 생명 같은 것들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생활’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려면 꽤 자세히 들어가야 했다.
정작 인구수는 50만 명이라고 대충 뭉뚱그렸던데.
음, 그것은, 음. 이 질문은 삭제해달라.
알았다.
반드시 대안을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예전에는 그냥 잘못된 건 전부 기성세대 잘못이라고 하면 그만이었는데 이제 나도 서서히 기성세대가 돼가니까 한 해 한 해 해가 갈수록 내 책임이 늘어가는 기분이다. 비판하는 것만으로도 책임의 일부를 덜어놓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작가란 결국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버릴 수는 없었다. 물론 아름다움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또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불의를 보면 꾹 참고, 힘없는 외국인 차별하고, 타인에게 엄격하면서 자신에게는 관대한.
물론이다. 털면 먼지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메시아나 예언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먼지가 폴폴 날리는 아름다움인데, 그래서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딱 지금의 한국 사회를 풍자한 것 같다.
오해다. 그게 무슨. 깜짝 놀랐다. 그렇게 생각하다니, 정말 놀랍다.
오해라니. 무슨 소리냐. 오해라고 볼 수 없는 소지가 많다. 일상화된 부정부패, 표현의 자유, 이념 논쟁, 미사일 위기, 광장의 정치, 부동산 문제, 이런 수많은 이슈들이 등장하고 있다.
오해다. 그런 건 어디에나 있는 문제다. 특정 국가를 비판하려고 한 적은 없다. 사실 구상 단계에서는 두바이 쪽에서 오해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기는 했다. 초고층건물은 역시 그쪽이 유명하니까. 한국 사회를 풍자하다니,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부분이다.
뭐라는 건지. 다른 증거도 많다. 등장인물들이 딱 한국 사람들이다. 너무나 한국적인 고민이고, 또 너무나 한국적인 대처 방식이다. 온라인서점 알라딘에 연재하는 동안에도 그 부분이 특히 공감을 사지 않았나.
잠깐. 자꾸 이러면 곤란하다. 아무리 인터뷰라지만 이런 식으로 막 들추면 안 된다.
등장인물 이름부터가 다 한국 이름인데 무슨 소리인지.
음, 그 부분은…….
아무튼 다음으로 넘어가서, 이 작품에서 보여준 상상력이 놀랍다. 작품 하나하나마다 전에 본 적 없는 기막힌 상상력이 발휘되던데.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듣지 않나?
몇 년간 신인으로 활동하면서 자주 들었다. 신인에게 부여되는 역할이 그런 거다. 열정적이고, 실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하고, 톡톡 튀고, 재기발랄하고……. 늘 붙는 꼬리표라서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으레 하는 소리인지 잘 구분이 안 된다. 정말로 기막힌 상상력이라고 말하고 싶었다면 “기막힌 상상력”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은 쓰지 말아야 한다.
지금 하는 이야기는 그런 의미는 아니다. 작가에게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건 언제나 장점일 수밖에 없지 않나. 거장에게도 여전히 상상력은 필요하다.
동의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600층이나 700층짜리 건물을 생각해 내는 상상력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더 중요한 건 그걸 674층짜리로 만드는 거다. 부풀려 생각해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납득할만한 내용들로 채워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납득시키려면 통찰력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좀 더 살아야 한다.
통찰력을 갖춘 상상력을 추구하는 건가?
그렇다. 누가 나에게 그런 의미로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말해준다면 언제든 기뻐할 준비가 돼 있다. 평생 차곡차곡 쌓아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아이디어를 내는 비법 같은 게 있나?
누구나 아이디어는 하루에도 몇 개씩 떠올릴 수 있다. 사람 뇌가 그렇게 생겼다. 그래서 꿈도 꾸는 거다. 문제는 그 아이디어가 지면에 발을 디디게 하는 작업이다. 여기서부터는 결국 공부고 연습이다. 연습이 잘 돼 있다면 스쳐 지나가는 아이디어를 버리지 않고 잡아둘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런 부분에 약하다. 모든 조직들이 하나같이 창의성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직원들이 내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걸 실제 적용 단계까지 끌고 가는 관리자의 능력이다. 그게 안 되면 절대 창의적인 결과물을 낼 수 없다.
아쉬운 점이다.
그런데 그 덕분에 나 같은 사람이 발 디딜 틈이 있다. 틈 정도가 아니라 꽤 넓은 공간이다. 일종의 사회보장제도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 내 역할은 모두가 상상하던 그 무언가를 그래도 좀 말이 되는 이야기로 꿰어 맞추는 일이 아닐까. 그렇게 한번 정리가 되고 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다. 정교하지는 못하다고 할지라도 문학은 이론보다 훨씬 빠르게 사회현상을 포착해 낸다. 다들 지금이 힘든 때라고 하는데, 나에게는 오히려 지금이 노다지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통찰력 혹은 상상력인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머 감각이다.
끝으로, 꼭 이 작품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나?
(기다렸다는 듯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책임이 있는 사람들!
<타워>스크랩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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