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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눈물은 힘이 세다 (해냄) 20

by 칠면초 2009. 8. 16.

 

 

 

 

 

 

 

“절망의 끝에는 분명 희망이 있다”

상처 받은 인생에 던지는 꿈과 희망의 이야기


출간 의의 


유년의 풋풋함과 소년의 설렘의 경계에 선 열두 살은, 달빛을 등지고 걷는 아버지의 뒷모습에 마음이 든든하고 이성친구가 건네는 소박한 친절에 가슴 한쪽이 아려오는 순간의 시작점이다. 절망과 고통이 계속되는 인생에서 가슴속에 자리한 그 아련함이 없다면, 우리는 진정 스스로를 꽃피울 수 있을까?

선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담한 필치로 그려내어 360만 독자들에게 열광적인 호응을 받은 『연탄길』의 작가 이철환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장편소설 『눈물은 힘이 세다』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꿈을 이루어가는 주인공 유진을 통해 삶의 기쁨과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주변 사람들의 아프고 힘든 모습들을 글로 형상화함으로써 인간에게 희망이란 무엇인가를 일깨워 왔던 작가는 삶의 내밀한 부분을 드러내기 위해 이번에는 소설이라는 허구를 가미한 장르를 선택했으며, 한 인물의 생을 가로지르는 스토리텔링에 역점을 두어 연속된 고난을 헤치고 나가는 주인공의 잡초 같은 모습을 치열하게 그려냈다. 작가는 앞 못 보는 이들의 고통을 함께하기 위해 눈을 가리고 생활하거나 추운 겨울 명동성당 앞 노숙자들의 무리 속에 엎드려 차가운 땅과 싸늘한 시선을 온몸으로 체험함으로써 인간의 이기심과 이중성을 고스란히 느껴보고자 노력했다.

가난의 끝에서 알코올중독으로 자신을 놓아버린 아버지와 가장의 무력함에도 큰 목소리 내지 못하는 어머니가 주인공이 거스를 수 없는 삶의 질곡이라면, 힘들 때마다 삶의 지혜를 곱씹어주고 하모니카 연주로 아픈 마음을 달래주는 눈먼 아저씨와 몽당 크레파스조차 준비하지 못한 주인공에게 곱게 쓰던 자기 것을 건네는 가슴속의 꿈같은 존재 라라는 인생에서 꼭 이루어야 할 목표를 잊지 않게 도와주는 매개체이다. 주인공은 언제나 그리움으로 라라를 되새기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없이 열등감을 느끼고 이는 오히려 주인공을 단련시키는 원동력이 되어, 눈먼 아저씨의 ‘아픔도 힘이 된다’는 삶의 역설적 진실과 함께 자극제가 되어준다. 소설 속 인물들은 나약해질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과 그로 인해 변질되어 가는 가슴속 꿈들을 돌이켜보게 하고 세상의 어떤 삶이든 긍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각박한 일상과 경제적 어려움이 아픔이 됨으로써 삶의 또다른 결을 풍요롭게 하듯, 『눈물은 힘이 세다』는 상처와 이기심을 겪은 후 찾은 진정한 기쁨이야말로 우리를 더 굳세게 함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볼 수 있는 뜻 깊은 계기가 될 것이다.



지은이   이철환

북한산 아래 숲속 마을에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살고 있다. 작품집으로는 󰡔연탄길1,2,3󰡕 󰡔행복한 고물상󰡕 󰡔곰보빵󰡕 󰡔보물찾기󰡕 󰡔못난이만두 이야기󰡕 󰡔반성문󰡕등이 있고, 동화 󰡔아름다운 꼴찌󰡕와 󰡔따뜻한 콜라󰡕가 있으며, 그림동화 󰡔송이의 노란 우산󰡕 󰡔낙타 할아버지는 어디로 갔을까󰡕 󰡔할아버지의 등대󰡕 󰡔엄마가 미안해󰡕 󰡔아버지의 자전거󰡕 등이 있다. 360만 명이 넘는 독자가 읽은 󰡔연탄길󰡕은 중국․대만에서, 󰡔곰보빵󰡕은 일본에서 출간되었다. 󰡔송이의 노란 우산󰡕과 󰡔낙타 할아버지는 어디로 갔을까󰡕는 중국에 수출 되었다. 󰡔연탄길󰡕은 현재 뮤지컬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연탄길󰡕에 나오는 이야기 중 「아름다운 이별」과 「아빠의 목발」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2000년부터 책 수익금으로 운영해 온 ‘연탄길 나눔터 기금’을 통해, 낮고 그늘진 곳에 있는 이들을 후원하고 있으며, 소설과 희곡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작가 홈페이지 www.cyworld.com/lemon999



“이 소설 속엔 나의 이야기가 적지 않게 들어가 있지만, 소설적 상상으로 만들어진 허구도 있다. 나는 나의 글쓰기가 세상과의 소통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나의 글쓰기가 허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나의 글쓰기가 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소설은 한 개인의 소통과 허영과 밥을 뛰어넘어 그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그 길은 내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캄캄한 빛이었다. 나는 지금, 충만한 기쁨으로 그 빛을 찾아가고 있다. 다만, 깊이가 없는 높이는 높이가 아님을 끝끝내 잊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추천사

세상은 빠른 속도로 부패한다. 도처에서 악취가 풍기고 도처에서 파리떼가 들끓는다. 심지어 부패를 무슨 생존의 필수요건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인간은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인간이다. 여기 작가 이철환이 조제한 방부제가 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청량하고 투명한 언어들을 탁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가 탁마한 언어들은 독자들의 영혼을 세척하는 데도 탁월한 효과를 보이겠지만 세상을 썩지 않게 만드는 방부제로도 손색이 없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서슴없이 강추 한 방을 날린다.

―이외수(소설가)


그의 소설을 읽는 내내 절망 속에서도 위로 받았던 순간들과 견디기 힘든 아픔이었지만 그리운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절망의 끝에 서 있는 이가 도리어 나를 위로하고, 나를 아프게 한 이가 사실은 나를 가장 사랑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눈물과 한숨과 부끄러움조차 힘이 될 수 있다는 담담한 가르침을 준 그가 너무도 고맙습니다. 이 소설로 얻은 위안과 희망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최일도(목사, 시인, 다일공동체 대표)



줄거리

학문이 깊었던 할아버지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한 아버지가 예기치 못한 가난에 치여 피폐한 생활을 거듭하다 폭력적으로 변해버리자, 어머니는 가장의 고통을 슬퍼하며 묵묵히 자식들을 돌본다. 가정환경 때문에 원하는 교육도 받지 못하고 첫사랑에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도 없었던 주인공 유진은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삶을 꾸밈없이 살아내는 옆집 아저씨와의 만남으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조금씩 고민하게 된다.

시인을 꿈꾸던 문학청년이었던 아저씨는 느닷없는 질병으로 시력과 함께 미래를 송두리째 잃었지만, 같은 처지의 아내와 사랑을 키우며 유진에게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하모니카 연주를 들려주며 고단한 일상을 이겨낼 힘을 선사한다.

어느 날 피할 수 없는 고난이 아저씨를 휩싸고 다시 한 번 인생의 큰 나락에 빠진 그는 홀연히 모습을 감춘다. 손톱 밑이 새까만 공장 노동자로, 이 동네 저 동네를 헤매며 돈벌이에 나선 사과장수로, 유진은 답답한 현실 속에서도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하는데…….



본문에서

우리집은 성냥갑만 한 단칸방에서 다섯 식구가 함께 살았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자주 싸웠다. 가난 때문이었다. 늦은 밤, 형과 누나와 나는 천둥 같은 아버지의 고함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기 일쑤였다. 술에 취한 아버지는 밥상을 집어던졌다. 누나가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형도 울었다. 나도, 그리고 어머니도 울었다. 아버지가 무서웠다.

“아버지 잘못했어요. 아버지 잘못했어요.”

형과 나는 아버지 앞에서 빌기 시작했다. 잘못도 없이 잘못을 빌었다. 아버지의 분노는 자정을 넘어 겨우 그쳤고, 우리는 불안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창문 밖 달빛은 그래도 평화로웠다. 눈물 젖은 달은 둘도 되고 셋도 되었다.

이튿날 아침, 어머니는 떡국을 상에 올리셨다. 설날이었다. 김치보시기 하나가 반찬의 전부였다. 계란 고명이 몇 가락 얹혀진 떡국이었다. 찌그러진 양은 상에 둘러앉아 우리들은 말없이 떡국을 먹었다. 젓가락 부딪히는 소리만 들렸다.

그때 침묵 사이로 “쿡” 하는 소리가 들렸다. 떡국을 먹던 아버지가 울음을 터트리셨다. 아버지는 안으로 안으로 울음을 삼키셨다. 울음소리는 삼켜지지 않았다.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 눈물을 글썽였는지도 모른다. 사는 게 힘드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다. 시간이 지나도 아버지의 눈물은 잊혀지지 않았다.

―9~10쪽


고등학교 마지막 방학이 되자 나는 중앙시장에 가서 헌 리어카를 사 왔다. 귀때기 빨간 사과를 리어카에 가득 싣고 온종일 거리를 돌아다녔다. 이화동, 동숭동, 명륜동, 삼선교, 보문동을 아침부터 밤까지 온종일 돌아다니며 “사과 사세요”를 외쳤다. 그때 난



경험이 이성보다 강하고 언어보다 진실하다는 것을 알았다.

리어카를 끌고 예전에 살던 동네로 갔다. 낮은 언덕을 내려오는데 저 멀리 라라가 보였다. 예쁘고 단정한 모습 그대로였다. 나를 감추고 싶어 모자를 눌러썼다. 그러는 바람에 언덕에서 중심을 잃어 리어카가 길가에 서 있는 자전거를 들이받았다. 수북이 담겨 있던 사과들이 땅바닥에 뺨을 비비며 언덕 아래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아이고 아이고 큰일 났네. 큰일 났어.”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소리쳤고, 사람들이 모여들어 사과 줍는 일을 도와주었다. 아주머니는 외투 앞자락에 한 아름 사과를 주워다 주셨다. 마지막까지 남은 바로 라라였다. 그녀와 나는 어색한 웃음을 주고받았다.

한참을 걸은 후에야 리어카 위에 검정색 목도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라라가 주워놓고 간 것이었다.

장사를 하며 나는 많은 책을 읽었다. 길가에서도 담벼락 밑에서도 문학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 배가 고프면 아무도 없는 골목으로 들어가 사과를 먹었다. 바지에 닦아 한 입 가득 사과를 베어 물면 눈물 저편으로 엄마 얼굴이 고였다.

―45~46쪽


아저씨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아저씨가 내쉬는 한숨의 의미를 나는 알고 있었다.

“너는 식구가 늘었는데, 나는 식구가 줄었구나. 우리 집사람은 벌써 죽었다. 교통사고로 먼저 갔지. 뺑소니차에 치여 아무런 보상도 못 받았다. 죽은 사람만 불쌍하지, 뭐. 산 사람은 어찌 되든 살아가니까.”

빙긋이 웃고 있었지만 아저씨 얼굴은 쓸쓸해 보였다.

“유진아, 우리 소주도 한잔할까?”

“네. 그럼요. 아저씨 술 좋아하시잖아요.”

나는 자장면과 탕수육과 소주를 시켰다.

아저씨는 예전보다 술을 급하게 마셨다. 말수도 줄었다.

“아저씨, 생활하시기는 괜찮으세요?”

“밥은 먹고사느냐, 그 말이지? 잘 살고 있지. 이게 뭔 줄 아냐?”

“껌이잖아요.”

“껌이 아니라 무지개다. 나는 무지개를 팔고 있다. 이거 봐라.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흰색, 주황색, 파란색……. 영락없이 무지개잖니. 내가 파는 무지개는 향기도 기막히다. 색깔은 볼 수 없지만 향기라도 맡을 수 있으니 다행이지…….”

―121~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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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예쁜글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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