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범죄였다.
범인은 다시 현장으로 돌아간다는 심리학적인 말이 그릇된 말이 아니었다.
얼마 전 양심을 버리게 했던 그곳으로 갔다.
10일 전쯤. 차를 주차하려는데 발아래 뭐가 반짝인다. 주민등록증이다.
주변에 우체통을 찾으니 안 보인다. 운전하고 가다가 ‘우체통을 찾아 넣어줘야지’ 하고 차를 탔는데
아뿔싸..
집까지 오는 동안 우체통을 볼 수가 없는 것 아닌가.
어쩔 수 없이 생면부지(아니 사진으로 얼굴을 볼 수 있었지만) 청년의 주민등록증이
우리 집으로 들어오게 됐다.
다음 날,
우체국을 찾다가 못 찾아 다시 집으로, 그 다음 날은 잊어버리고 하루 더...
한번은 일차선에서 도로변으로 가지 못해 하루 더... 다음날은 안가지고 나가 하루 더...
이렇게 일주일가량 총각을 우리 집에 더부살이 시키고 말았다.
안되겠다 싶어 아들에게 우체통에 넣을 것을 권유하며 아들 손에 넘기고 말았다.
선선히 '그럴게요' 하고 들고나간 아들이 저녁에 들어왔다.
"넣어주었니?"
"아뇨. 우체통을 못 찾아서 ...없더라구요"
"그럼 내일 좀 찾아봐 그리고 넣어주렴"
"그래야죠"
다음 날..
"아 참, 깜박 잊었네."
이렇게 아들 손에서 며칠을 보내던 청년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들고 다니다 혹시 불심검문에 걸리면 오해 받겠어요"
"그럼 어쩌라고...?"
"차타고 다니며 우체통을 찾아보세요."
사실 어찌 생각하면 성의 문제라지만 타인의 일에 성의를 갖는 것조차 성의가 대단해야 했다.
내 손에 다시 들려진 어느 타인의 주민등록증은 신분을 확인 시켜주는 카드가 아닌
하나의 애물단지가 돼 버린 지 오래.
어느 날,
더 이상 이렇게 카드 한장에 끌려 다닐 수가 없다는 판단으로 처음 애물단지를 발견했던 곳으로 갔다.
흔히 범죄자는 현장을 다시 찾는다더니...나 역시 그랬다.
그리고 도로에 다니는 사람들 눈치를 살폈다. 모두 내 완전범죄를 모르고 지나친다.
슬그머니 애물단지를 처음자리에 놓고 돌아섰다.
그 순간 버려진 양심 때문에 얼굴이 붉어졌는데도 남들은 몰랐다.
돌아오는 길....
그렇게도 눈에 안 띄던 우체통이 집 부근에 있음에 두 눈이 의심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