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오래 된 TV 케이스, 재봉틀, 수동 전화기 그리고 자유가 있다.
전래동화 속 나라처럼 오래된 물건들이 편하게 자리한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찾아와 쉬는 곳이길 바랍니다.”
시흥비둘기공원 옆에 있는 카페 '발칙한 상상'이다.
이름만 들어도 주인 최정재의 발칙함이 상상되는 곳.
매월 마지막 토요일이면 2% 부족한 “누구나” 모여 시를 낭송하고 듣기도 한다.
같은 이름의 출판사를 하면서 시흥으로 이사를 한 것이 1년 전. 새내기 시흥시민이다.
“원래 고물들을 좋아해요. 떡살이나 절구 등 오래된 물건들을 하나 둘 모아서 놓았더니
지인들이 드나들며 차를 달라내요?”
겨울햇살이 가지런히 들어오는 창가. 순전히 타의에 의해 시작한 찻집이지만,
이젠 오는 사람들이 그리워 그가 문을 닫지 못하고 있다.
앵무새, 십자매와 구관조와 함께하는 집필실엔 그동안 발간한 책들이 무작위로 놓여있다.
악동들이 펼치는 짠하면서도 웃음이 절로 터져 나오는 어린시절의 기상천외한 추억 이야기
'쑤세1,2 '와 '미안해요 당신 사랑해', '고마워요 날 사랑해줘서', 마지막 사랑이었으면”의 연시들.
제목만으로도 작가의 마음을 엿보게 되는 책들이다.
“대학 시절 지독한 사랑을 하며 사랑은 늘 미안하고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했어요.”
상업교육학을 전공한 그가 25권의 책을 만들면서 얻은 철학이다.
"발칙한 상상“엔 곳곳에 작가의 재치가
흠뻑 묻어난다.
‘개나 소나 모두 불조심’ ‘난로가 몹시 뜨거우니 정 만지고 싶은 분은 난로불이 완전히 꺼진 후에 만지기 바랍니다.’ ‘KBS, MBC, SBS, CNN에 방영 될(?) 집’ 적당한 곳에 걸려 있는 낙서가 박장대소를 하게 만든다.
그의 시집에서도 발칙함은 예외가 아니다. 정상적인 가격이 아닌 5003원, 5005원 5007원등 다양한 책값으로 평범함을 거부했다. “책값이 왜 다르냐고요? 엿장수 맘이죠.”
그의 책을 익어보면 위트와 재치로 웃음을 만들고
종당엔 코끝이 찡해져 결국 눈물을 핑 돌게 만드는 이야기들.
그는 2% 부족한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발칙한 상상을 주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