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시절과 아이들 유년기를 마포구 대흥동에서 보냈다.
거기서 한 여성을 알았는데,
어려운 형편으로 초등학교를 마치지 못한 아픈 세월을 담고 살아가는 분이었다.
어느 날 양원주부학교 안내종이를 들고 찾아왔다.
“여기 들어가면 정말 졸업장을 줄까?”
현실 때문에 한 장의 졸업장이 없어도 감추고 사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솔직한 자신의 학력을 이야기 하는
그분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그럼요, 대학까지 갈 수가 있어요.”
3월이면 양원주부학교에서도 늦깎이 학생들의 입학식이 있다. 꽃다발을 들고 학부모처럼 뒤에 서서 광경을 바라보았던 적이 엊그제 같은데, 그 아주머니가 이번에 수능을 보고 대학을 간다고 한다.
“공부는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일이더라"고 멋진 말도 이젠 자연스럽게 한다.
양원주부학교 입학식은 항상 입학생들의 눈물로 시작한다.
그동안 얼마나 배우고 싶었으면 눈물의 졸업식이 아닌 입학식을 할까.
양원학교는 국내 최초로 학력인증을 받을 수 있는 성인대상 학교라고 한다.
정년퇴임한 초등학교 교사들이 이들을 지도한다.
교재는 일반 초등학교 1학년들이 배우는 교재와 똑같다.
이런 비슷한 곳이 또 한 곳에 있다.
인천 부평4동 북구도서관 4층에 있는 평생교육3실에서는 고등학교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이 도서관은 2002년 10월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으로 나누어 ‘검정고시반’을 무료로 운영한다.
이곳의 수강생들도 역시 배움의 기회를 놓친 주부들과 노인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다보니 공부에 대한 열의가 누구보다 대단하다.
강사는 전문직 은퇴자들의 자원봉사 모임에서 담당하고 있다.
오랜 기간 교육현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사람들이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나이 많은 수강생들이 오히려 만족스러워하고 있다고 한다.
요즘 급변하는 사회에선,
예전처럼 한번 배운 공부로 평생을 살아가려면 불편한 점이 많다.
그래서 새로운 지식을 계속 주입시켜주어야 한다.
교육계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퇴직을 하고 배운 지식을 묵히는 것보다
이렇게 자신보다 배우지 못한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곳이 있다면 보람된 일이 아닐까.
이러한 교육기관들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배우는 자와 배움을 전하는 자 모두에게
자신감과 보람을 느끼게 해 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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