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같은 수줍은 표정에 말간 웃음. 조용조용한 말소리와 상대방 말에 대응하는 고즈넉한 대꾸. “도법은 아름다운 사람이야” 라고 한 어느 도반스님의 말씀대로 스님은 마음의 고운 결을 지니고 있는 듯 하다. 스님은 거대한 바위 같은 무게로 우뚝 다가선다.
동그란 안경 속에 천진하게 웃는 눈을 보며 나는 곧 무장해제 되어버렸다. 시인은 말씀을 아주 잘했다. 그 흥미진진한 유년시절의 악동행각을 들으며 배를 쥐고 뒹굴었고 어머니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이것저것 묻고 배우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따뜻해지고 환해지는 걸 느꼈다.
저자 정용선이 시인과 스님을 만났을 때 느낀 표현이다. 김용택 시인과 도법스님, 그들이 말하는 삶이란 무엇일가?
참으로 많은 현인들이 그 답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말 내 삶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5초간 입을 다물게 하는 과제. 그 삶에 대해 시인과 스님이 속내를 털어놓았다.
표면적으로 도법 스님과 김용택 시인은 속세와 분리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분은 책상머리가 아닌 치열한 인간계의 삶을 통해 세상의 연결성을 찾았다.
<시인과 스님, 삶을 말하다>(도법·김용택, 메디치미디어)는 스님이 화엄사상을 득도하는 과정, 그리고 서정적인 섬진강변의 시인이 생명사상을 체득하는 얘기를 우리의 추억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김용택 시인과 도법 스님이 육성으로 들려주는 문학적·사상적 자서전이다. 자신을 낳아준 자연, 길러준 어머니, 가르친 아이들을 닮고 싶어하는 시인과 부처를 따라 살며 부처가 되겠다는 신념으로 살아온 스님의 이야기다.
또, 이 책에는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문학세계 원천이 들어있고,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원적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60여년간 정진해온 도법 스님의 사유가 담겨있다.
‘시인과 스님, 삶을 말하다’는 모두 여덟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마당부터 홀수 마당은 김용택 시인의 이야기이고, 둘째 마당부터 짝수 마당은 도법 스님의 말씀이다. 에필로그는 시인과 스님이 ‘대안을 향하여’라는 테마로 대담을 한다. 두 분의 이야기는 먼 이야기가 아닌 우리 현실 속에 늘 만나는 이야기라 낯설지 않다.
시인과 스님이 걸어온 삶의 궤적은 서로 달랐지만 그 지향점은 같다. 바로 모든 생명을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다. 또 성과주의와 간판에 집착하는 우리교육이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중간 중간 시인과 스님의 표정을 담아 마치 옆자리에서 이야기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 글이 아닌 사진 속에서 숙연해지고 장난스러운 마음을 들게 한다. 책을 읽고 나서도 오랫동안 그 감정을 맛볼 수 있어 삽화의 위력을 다시 한 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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