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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서평]아름다운 인생

by 칠면초 2009. 11. 4.

책을 읽다간 생각에 잠기고 다시 읽다간 또 추억에 젖고.. 이 책 한권을 읽는데 참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아름다운 인생’은 현재의 삶을 아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웰다잉(well-dying) 안내서다. 웰빙이란 말은 이제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일반화되었다면 웰다잉은 최근 떠오르는 단어다.

그렇다보니 웰다잉을 위한 준비학교 또는 강좌가 열리는 등 최근 아름다운 죽음이 사회, 문화 일각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왜 우리는 죽음을 이야기 하는가? 아마도 웰다잉과 웰빙은 하나로 보기 때문일 거다.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죽음을 준비하면서 현재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죽음을 논하지 않을까.

 

‘아름다운 인생’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잔잔하게 들려준다. 죽음의 정의로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실제적인 생활 속에서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 장 한 장이 마무리 될 때마다 내 생각과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여분의 페이지를 제공하고 있다. 내 영혼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배우자와 웰다잉이야기 나누기, 아이들과 웰다잉이야기 나누기 등 다양한 주제로 웰다잉을 준비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한다.

 

그러다보니 쉽게 읽어버릴 수 없는 책이다. 소박한 우화들을 읽다 보면 어느새 가족에 대한 애틋함과 소중함, 무한한 사랑이 넘쳐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화들 외에도 일주일에 한 번 나의 삶을 뒤돌아보며 직접 쓰고 읽으며 1년(48주)을 정리할 수 있어 자신의 삶을 차분히 사색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가 다 알듯이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얼마나 강열한 메시지인가…. 사랑하는 남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 그리고 목숨처럼 사랑하는 돈.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참 행복했다. 다 내려놓을 수 있고 다 비울 수 있기에 말이다. 이 책의 말미에는 웰다잉과 관련된 ‘나의 생활만족도 점검하기, 나의 죽음불안 척도 점검하기, 사전의료지시서, 법적 효력을 가진 유언 쓰기, 유언 공증 받는 방법, 장례 이후 후속 조치 사항’ 등 유용한 상식을 제공하고 있다.

 

생각건대, 이 책은 아마 죽는 순간까지 내 옆에 두고 읽고 자손들에게 들려줄 책이 아닌가 싶다. 설핏 웃음도 번졌던 부분은 ‘친인척 주소록 및 연락처’ 였다. 참으로 실천적인 매뉴얼이다. 어느덧 나는 독자가 아닌 책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