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마을 해남은 갔었는데 미황사엔 가보지 못했다. 가보지 않은 미황사가 고스란히 내게로 왔다. 땅 끝 마을 아름다운 절 미황사의 얘기다.
남쪽의 맨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사찰, 미황사의 365일이 고스란히 담긴 책.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이다. 폐사에 가까운 퇴락한 옛절이었던 미황사를 해마다 찾는 사람이 10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또, 템플스테이 참가자는 5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왜일까?
세상과 호흡하는 곳으로 만들기까지, 세상 모든 사람이 반가운 손님이라는 금강 주지 스님의 마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황사는 두고 굴참나무와 동백림 사이의 길을 따라 올라서면 책 표지처럼 푸른 보춘화와 등불처럼 환한 동백꽃이 드러난다. 그 꽃들 구경하며 오르면 자하루가 드러난다. 대웅보전을 마주보며 한편으로는 남해 바다를 관조하는 자하루는 지어진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마치 예전부터 있었던 듯 정겹게 방문객을 맞이한다.
그리고 법당을 내려선 다음 주지스님의 선방을 지나쳐 달마산정으로 향한 길을 찾는다. 운이 좋아 금강 스님을 만나면 차와 담소는 필수코스이지만 간혹 두려울 때도 있다.
책은 미황상하 동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민들이 학생 수 다섯 명으로 폐교 위기를 맞았던 학교를 60명으로 만든 이야기와 산사의 일상에서 마음을 쉬는 템플스테이 등 미황사의 일상을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그려낸다.
순례를 하지 않고도 책을 통해 만나는 이야기들은 독자에게도 무한한 축복이다. 금강스님의 이야기들은 마치 탈속을 한 것 같은 느낌으로 일체가 된다. 책 안에는 자하루나 응진당, 요사채 등의 보수 및 건립 내력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해남 땅끝마을의 미황사에선 주지를 ’주지 스님’이라고 부르는 일이 별로 없다. 그냥 금강 스님이다. 평생 이 절에 다니는 할머니도, 절 아랫마을 서정분교의 꼬맹이 산별이 · 산들이 · 한길이도 제 친구 부르듯 그냥 ’금강 스님, 금강 스님’ 한다.
몇 해 전에만 해도 거의 버려지다시피 했던 절을 오늘날 ’꼭 가봐야 할 사찰’로 키워낸 스님의 열정과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스님은 "수행자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들 속에서 나를 보는 것"이라며 "그때야 비로소 자신의 진면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말한다
책에는 땅끝마을의 해넘이 · 해맞이와 새벽예불의 감동 ,발우공양 · 참선 · 운력 등 사찰의 일상과 365일의 풍경이 잔잔하게 펼쳐져 있다.
산사음악회에서 남도가락을 들려주다 팬클럽까지 생긴 동네 할아버지, 폐교 위기에 처했다가 미황사의 도움으로 학생 수 60명의 학교가 된 사하촌의 서정분교, "콜라에는 고기도 들어있지 않은데 왜 안 주느냐?"고 떼를 쓰는 한문학당 학동들 이야기 등이 재미있다.
바쁜 일상은 내게 잠시 여행도 허락하지 못하였지만 …이 책을 읽으며 올 봄엔 정말로 미황사를 찾아야겠다는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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