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빛’은 흔히 스릴러소설이 갖고 있는 탐정기법과 멜로드라마 기법에 모험이라는 요소를 덧붙여 긴장감 넘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낸다. 몽환적인 느낌으로 불멸의 사랑을 말하고 있어 다분히 대중적이다.
파란 만을 무대로 환상과 공포, 낭만과 모험이라는 대중소설로서 갖추어야 할 모든 미덕들이 총 출동한 가운데 통속과 작품성, 문학과 영화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재미를 전한다.
잠시 줄거리를 보자면 1936년, 시몬의 가족은 남편이 죽고 나서 남긴 엄청난 빚을 갚기 위해, 노르망디의 작은 해안마을에 있는 대저택의 집사이자 가정부로 일자리를 얻는다.
이야기는 소벨가족의 시선을 따라간다. 6개월간의 고통 끝에 가장인 아르망 소벨이 죽음에 이르게 되고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갈 길을 잃어버린 아내 시몬, 열네살의 이레네, 그리고 막내 도리안에게 다가온 악몽에 가까운 시간들이다.
가장의 죽음으로 혼란에 빠진 소벨 가족은 돈 많은 장난감 발명가인 라자루스 얀이란 사람의 도움으로 파리를 떠나 조그만 해안 마을인 파란만으로 특별한 여행을 떠나오게 된다.
그곳은 유명한 장난감 제작자인 라자루스 얀의 오래된 대저택으로, 그는 20년째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을 앓고 있는 아내 알렉산드라와 단 둘이 생활하며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살고 있다.
한편, 시몬의 딸은 대저택의 부엌일을 돕는 한나의 사촌인 이스마엘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한나는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고, 이후 오싹한 그림자가 대저택과 그곳을 둘러싼 숲에 드리운다.
책은 그림자 전설이라는 부제와 같이 표지에서부터 그러한 분위기를 감추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전작 ‘천사의 게임’과 유사한 여러가지 모티브와 이미지들을 드러낸다.
소설의 배경이 된 대저택 크래븐무어는 전작에서 '탑의 집'으로 불리던 버려진 저택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고, 마음과 영혼을 바꾸어 놓을 힘을 지닌 책에 대한 전작의 이야기는 유리병과 그림자의 전설 속에서 동일한 느낌을 준다.
거기다 안드레아스 코렐리라는 베일에 가려있는 라자루스 얀과 다니엘 호프만으로 새롭게 태어난 듯한 착각을 줄 정도다.
그래도 전작에 비해 조금은 더 쉽게 환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스마엘이 들려준 9월의 빛 전설, 알마 말티스의 일기와 라자루스 얀이 들려주는 평범하지 않은 과거의 이야기들, 라자루스 얀을 둘러싼 죽음과 어둠의 그림자, 그리고 대저택 크래븐무어에 가득한 로봇 인형과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독자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네가 보는 모든 걸 믿어서는 안 돼. 우리의 눈이 보는 현실의 모습은 단지 허상, 그러니까 광학적 효과일 뿐이야' 빛은 아주 훌륭한 거짓말쟁이지...'(31P)
책을 접으며 잠시 머리를 가다듬어야 했다. 현실과 환상의 사이에서 조금 늦게 밖으로 나올 수 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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