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재미있었다. 분주한 가운데서도 이 책을 손에 들면 마치 과거로 이동한 듯 책을 덮을 수 없었다. ‘조선왕조실록’은 우리 민족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이지만 역사적 진실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대부분 알려진 사실이다. 궁정 중심의 사건들이 기록돼 있고 당쟁과 관련된 기록은 꾸민 데가 많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단지 ‘승자의 기록’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조선유사는 바로 이런 점에 착안해 ‘삼국유사’의 형식으로 조선 시대의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서부터 ‘대동기문’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헌과 개인 민담, 전설 등을 참조해 인물 일화를 중심으로 사람 사는 이야기와 그 속에 얽힌 풍습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안용복은 어떻게 무인 독도를 지켰을까? 고사에는 왜 돼지머리를 올릴까?, 어른 앞에서 맞담배를 피우면 안 되는 이유는 뭘까?, 바둑 고수를 '국수'라 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방랑 시인 김삿갓은 왜 유명할까?, 사주팔자와 팔자란 무엇일까?, 이지함이 정말 토정비결을 썼을까?, 사약의 성분은 무엇일까?
이렇듯 역사와 문화, 풍속, 인물을 조선왕조실록에서는 다루지 못한 '진짜' 조선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려말, 조선초의 문인 황희(·1363-1452)정승. 18년간 영의정에 재임하면서 세종의 가장 신임받는 재상이었던 그는 인품이 원만하고 청렴하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저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 부분에서 잠시 갈등을 갖지만 책에 따르면 오히려 그는 뇌물수수, 관직알선, 친인척 비호 등 여러 비리 사건에 연루됐던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황희 정승을 청백리로 알고 있는 걸까? 탁월한 업무 처리 능력을 가졌던 그였기에 세종은 황희를 신용했으며, 비리 사건에 연루됐을 때도 그를 다시 등용했고 그렇게 황희 정승의 이미지는 만들어졌던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유사는 리얼하다. 정사와 야사의 틀에 갇히지 않고 임금과 민초의 시선을 모두 담은 조선 이야기를 그렸다.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서술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기존 역사책에서 느끼지 못한 조선 백성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조선의 일화 중 흥미진진하면서도 그 시대의 문화가 잘 드러나 있는 이야기들만 골라 담았기 때문에 딱딱한 역사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고 문화적 풍속이 현재까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50가지의 색다른 조선의 이야기는 뒷부분에 별도로 자세히 설명하는 방식을 취해 이해를 돕는다. 역사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조선의 문화와 그 당시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역사에 대한 흥미를 더한다.
책은 조선 전기와 중기, 후기로 나뉘어 매월당 김시습, 정도전, 조광조, 퇴계 이황, 장희빈, 김삿갓 등 다채로운 인물들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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