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의 한국사’는 어떻게 하면 좋은 터를 찾고 어떤 곳이 명당이고 흉당인지를 밝히기 위해 발간된 것이 아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풍수의 효능을 기대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오늘날 지리학과 건축학 분야에서 매우 합리적이라는 평가까지 이른다.
책은 풍수에 대한 이해를 위해 1부에서 풍수의 기본 원리에 대해 설명했지만 그보다는 어떤 터로 인하여 사람의 인생에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 사실에 기인하여 명당과 흉당, 그리고 그곳에서 태어난 인물과 그 후손의 삶에 미친 영향 등 선현들의 인생과 나라에까지 미친 역사에 초점을 둔 인문서이다. 잊혀진 혹은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이은식 선생의 고뇌가 엿보인다.
세종처럼 총명하고 영특한 현군에게 있어 풍수는 역사와 지리와 우주를 꿰뚫는 장엄한 천지조화의 대법칙으로 이해되어졌다. 역대 ‘조선왕조실록’ 중의 하나인 ‘세종실록’에 풍수와 관계한 자료가 가장 많이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미 풍수 사상이 단순한 민족 신앙의 차원에 머물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세종대왕이 효심으로 선택한 묘터로 인해 세조를 제외한 다른 자식들은 모두 죽음을 당했다. 이후 그 흉당을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명당은 공교롭게도 이인손의 묘택이었고, 이인손의 아들은 아버지의 유택을 내어줘야만 했다.
하지만 터는 사람의 운명을 바꾸진 못한다. 그 사람에 맞는 재주와 능력이 다르듯 터를 고르는 사람이 땅의 성격을 알지 못하고 용도를 잘못 선택하는 것은 그 사람의 어리석음이거나 잘못이지 절대로 땅이 나쁜 까닭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풍수를 미신적으로 생각하거나 혹은 단순히 어떻게 하면 명당을 찾을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소위 명당터에서 태어난 인물이나 명당에 묻힌 인물의 후손들이 흥했다거나 부귀영화만을 누렸다는 기록은 없다. 삶에 양 날의 칼을 드리울 수 있는 것이 바로 풍수라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경기도 여주와 이천에서 왕후가 많이 배출되었으나 그 인물들과 주변인들의 삶을 살펴보면 밝은 면만이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그와 맞먹을 정도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이괄의 난을 비롯해 이경준, 홍양걸, 박필상, 유한신의 난 등 반란이 많이 일어나기도 한 역사적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최영과 성삼문은 그들이 남긴 큰 이름만큼 겪기 힘든 고난의 삶을 살아야 했다.
이은식 선생의 글은 ‘불륜의 한국사’와 ‘모정의 한국사’를 통해 이미 낯설지 않다. 그만큼 조선의 역사에 깊은 애정과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선생의 글에서 다시 하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선생의 책들은 생생한 역사가 살아 있어 늘 감동을 안겨준다.
풍수의 한국사 역시 명당이나 명지보다 먼저 행해야 할 일은 인간의 도리를 지키는 법을 아는 것이다. 그러므로 풍수가 인간의 삶을 풍성하게 해 주는 인문학이자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이끌어 주는 철학으로서 인식되어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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