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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서평]샬럿브론테의 비밀일기

by 칠면초 2011. 5. 2.

 

 

"일기장아, 소중한 비밀을 들어 주렴.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문학에 대한 내 뜨거운 열정을, 내 수줍은 사랑 이야기를…….”


믿기지 않지만 오빠가 세상을 떠났다. “혜선아 오빠는 항상 네 편이다” 하던 말을 아직도 힘으로 여기는 내게 오빠는 없다. “알아볼 수 있을 때 오빠들 봐요” 하던 올케 언니의 말을 듣고 병원에 모인 형제들이 밥을 먹는 사이 오빠는 우리와 이별을 했다.

 

‘샬럿브론테의 비밀일기’를 읽으며 난 습관과도 같이 오빠를 떠올렸다. 아일랜드의 한 농가에서 샬럿 브론테의 일기가 발견되듯 오빠를 내내 기억하며 책을 읽었다.


백 년도 넘은 낡은 일기장에는 샬럿 브론테의 꿈과 사랑, 그리고 문학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샬럿 브론테가 남긴 500여 통의 편지는 문학보다 앞선 삶을 그려내기도 한다.


할리우드에서 드라마와 영화 작가로 일해 온 작가는 현장답사와 자료조사를 통해 샬럿 브론테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되살려냈다. 샬럿 브론테와 그 자매들 에밀리 브론테와 앤 브론테의 열정적인 삶과 달콤한 사랑 이야기는 물론, ‘제인에어’의 탄생 비화까지 만날 수 있다. 그런 가운데 가슴을 아프게 하는 형제들의 죽음…


샬럿은 에밀리와 앤의 언니며 브랜웰의 누나이다. 원래는 셋째 딸이었는데, 두 언니가 일찍 죽는 바람에 그녀는 브론테 세 자매의 맏이가 되었다.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1820년 요크셔의 하워스로 이사한다. 소녀시절부터 공상력과 분방한 상상력을 지녔고, 글을 쓰는 습관을 붙여 뛰어난 표현기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1842년 브뤼셀의 여학교에서 프랑스어·독일어를 배우며 사고는 훨씬 점진적이 되어간다.


세자매가 서로 모르게 습작을 하던 시집을 합작으로 출간한다. 익명과 자비로 출간한 책은 이어 소설 ‘교수’과 ‘제인에어’를 내는 모티브가 되었다. 사실 ‘교수’는 당시엔 출판을 거절당했으나 샬럿의 사망 후 출판되었다. 그러나 정열적인 고아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제2작 ‘제인에어’는 출판되자마자 큰 평판을 얻었다. 뒤이어 ‘셜리’ ‘빌레트’를 발표한다.


-나는 너무 좋아서 꺅하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사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좋은 일이었다. 그때 내 방문이 벌컥 열리며 에밀리가 뛰어들어왔다. “무슨 일야 언니?” 행복에 젖은 내 얼굴과 내 손에 들린 편지를 본 에밀리는 단번에 편지의 내용을 알아 맞췄다 “책을 내주겠대?” “출판을 하고도 돈을 주겠대. 100파운드"(337)-


스물아홉의 샬럿 브론테는 평범한 삶이 아닌 작가가 되기를 꿈꾸고, 결국 간절히 원하던 대로 작가로서 대성공을 거둔다. 또한 아버지의 목사보로 있는 아서 니콜스와 얽히며 조금씩 사랑을 키워가는 이야기도 일기를 훔쳐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책은 샬럿의 남편 니콜스와의 만남과 결혼 갈등 등을 영화처럼 펼쳐 보인다. 


-날씨가 참 맑고 따스했다. 니콜스씨와 나는 문밖에서부터 이어진 울퉁불퉁 자갈들이 드러난 길을 걸었다. 야생 목초지 한가운데로 드러난 내리막길을 따라 매애애 매애애 울어대는, 황무지에서 사는 회색 양들과 얼굴의 털이 이끼처럼 고운 새끼 양들 곁을 지나쳤다. 구릉지를 지나 산들산들 불어오는 서풍에서는 히스꽃과 골풀의 달달한 냄새가 났다. 이처럼 아름다운 날씨와 경치에도 지불구하고 니콜스씨와 걷는 것이 마냥 어색했다.(385) -


이들의 데이트는 어색함에서 출발했다. 소설 ‘제인에어’와 같이 실제 샬럿은 예쁘지 않은 평범한 외모를 가졌다. 그에 반해 니콜스는 186정도의 거구에 잘생긴 외모로 누가 봐도 호감이 가는 목사보다.


하지만 샬럿은 ‘제인에어’를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려준다. 외모를 따지고 출신을 따지고 신념 없이 종교를 믿으면서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고 남에게 상처만 주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닌 허구의 인물이지만 마치 ‘제인에어’와도 같은 사람도 사랑받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신의 삶속에서도 보여주고 있다.


내가 출생하기 100년도 더 전의 이야기들이 지금도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건 브론테가의 세 자매가 평범하지 않은 사고를 지녔다는 것을 알게 한다. 작가로서의 동반자였던 동생 에밀리 브론테(폭풍의 언덕 작가)의 죽음, 3개월 후 여동생 앤의 죽음과 남동생의 죽음까지 1년 사이에 세 명의 동생을 떠나보내야 했다. 이 대목에서 난 샬럿브론테의 심정을 깊이 이해하고 오빠를 떠올렸다....

 

그녀 역시 삶은 소설 ‘제인에어’처럼 아버지의 대리목사 A.B.니콜스와 결혼하였으나 이듬해 결핵으로 죽으며 소설과도 같은 샬럿 브론테의 삶이 비밀일기로 남겨지며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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