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파트나 상점들을 보면 정체불명의 외래어로 된 이름이나 간판이 쉽게 눈에 뜨인다. 어떤 건 아예 무슨 뜻인지 알아보기도 힘들다. 순수 우리말이 실종되고 낯선 외래어 간판들이 판을 치고 있는 현실이다.
그것뿐인가? 젊은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문자메세지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 신조어 투성이다. 나도 가끔은 이런 문자를 받는데, 바야흐로 지금은 신조어 홍수 시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누가 바르게 고쳐주려는 사람도 없다보니 부모자식 간에도 이런 신조어로 문자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때 내 손에 들린 ‘사춘기 국어교과서’는 불편한 심기를 쉽게 꼬집어 주었다. 책은 ‘‘ㄱ’은 어떻게 읽을까?’ ‘한글은 모두 몇 자일까?’부터 시작해 ‘외래어 표기법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까지 자상하게 알려준다. 마치 사춘기 학생들을 앞에 둔 선생님처럼 말이다.
어느 글에서 요즘 청소년들에게 ‘추파’(은근슬쩍 관심을 보낸다는 뜻)와 ‘너스레’(수다스럽게 떠벌리는 말이나 행동)의 뜻을 조사했더니 ‘추파’는 ‘가을에 먹는 파’라 했고 ‘너스레’는 ‘슬리퍼의 우리말’ 혹은 ‘너는 술래’라고 했다는 내용을 보고는 어이없는 일이라고 웃어넘기기엔 우리 사회의 책임이 크다. 이런 학생들 앞의 선생님처럼 이 책은 조용하지만 확실한 답을 제시해준다.
책은 여러 가지 흥미로운 진실을 질문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착한 몸매’라니, 그런 말이 타당할까요?, 인간적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버스에서 내리려면 벨을 눌러야 할까요, 벨의 스위치를 눌러야 할까요…제목만으로도 궁금증을 참을 수 없다.
언어는 놀이와 같아 고정불변은 아니지만 엄연한 규칙이 있다. 또한, 사춘기의 청소년들처럼 하루가 다르게 자라난다. 언어란, 어제의 언어가 사라지고 새로운 언어가 창조되기도 한다. 세상이 변하듯 언어도 자꾸 변한다. 새로운 것은 없다. 결국은 자기 복제이며 파생이고 확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것은 새로운 발견이며 새로운 탄생을 만들어낸다.
이런 파생적인 현상은 잘못된 오류를 남기기도 한다. 아파트도 상품도 모두 외래어로 이름을 붙여야 잘 팔린다는 잘못된 고정관념과 한글을 마음대로 바꾸는 신조어의 남발은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할 문제다.
우리 국민이 스스로 우리말을 홀대하고 외래어만 쫓아간다면 한글의 미래는 어떻게 되며 또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떨지 걱정스럽다. 언어는 생각을 담는 틀이 되기에 우리의 언어를 바르게 사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
‘사춘기 국어교과서’를 읽으며 아름다운 우리말로 만들어진 문장들을 떠올려본다. -쪽빛 하늘을 이고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뭉게구름으로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하얀 그리움, 해바라기처럼 발돋움하는 기다림, 쑥부쟁이 꽃잎에 일렁이는 가을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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