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학창시절만 해도 ‘과학=어렵다’라고 여겼다. 물론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내가 배운 과학은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얻어진 지식의 체계를 말하며, 자연과학은 인간에 의해 나타나지 않은 모든 자연 현상과 사회과학은 인간들의 행동과 그들이 이루는 사회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한다니 정말 어렵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다보니 과학이라면 우주선 이야기나 눈으로 보이지 않는 물질들이 일으키는 현상이려니 했는데, 요즘은 아니다. ‘침대가 과학’이라는 광고 슬로건이 말해주듯 과학은 생활 곳곳에서 우리와 마주친다. 실제로 요즘 서점을 가보면 과학도서 코너에 주부, 학생, 회사원 등 다양한 고객들이 책 고르기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장면들은 과학이 이 시대를 사는 지식인의 교양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것을 반증해준다.
하지만 아직도 문학 등과 비교할 때 과학은 여전히 만만치 않은 분야다. 선뜻 다가가자니 두렵고, 깊게 빠져들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과학과 다소 거리가 먼 문과 출신들은 이공계 출신들보다 더 큰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최근 새로 출간된 '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는 누구라도 과학과 친해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준다.
저자 최성일은 인천 부평고등학교 출신으로 초등학생 시절 <소년소녀발명발견과학전집>을 아버지를 졸라 구하고 나서 단박에 읽은 모양이다. 그 후 그는 처음 접한 과학도서로 이 책을 꼽고 있다. 그런 그가 강소천의 동화집은 읽는 내내 지루했다고 말한다.
과학에 남다른 호기심을 가진 그가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는 부분도 눈길을 끌었다. 그에게 인문학적 소양이 없었다면 숱한 과학책 읽기를 시도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떠한 책이든 인문학적 소양을 가지고 있어야 접할 수 있단 생각이다.
그는 자신이 가진 인문학적인 소양을 최대한 살려 과학책 읽기를 시도한 끝에 이 책을 펴냈다. 자신이 섭렵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등 탁월한 과학 교양서들을 소개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어렵다고만 여겼던 책들의 소개가 술술 읽힌다. 과학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에게 독서의 맥을 짚어주기 충분하다. 이 책을 통해 접한 60여권의 과학책은 인문주의자의 언필을 통해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결과는 저자의 수많은 과학책 읽기의 부산물이다. 과학다운 과학책으로 접한 ‘코스모스’는 중학생에게 꽤 까다로웠지만, 작은 활자의 500쪽을 오기로 완독한다. 후에 명왕성을 태양계의 일원으로 버젓이 등장시켰다는 걸 집어냈다.
본격 과학책 읽기는 대학생 때라고 한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다윈 이후’는 그에게 충격과 감동을 선물했다. 외에도 인문학적 시각으로 읽어보는 과학이론 입문서. 과학자의 자서전과 전기ㆍ평전, 과학의 특정 분야와 이슈가 책 속에 골고루 녹아 있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특히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 찰스 다윈의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 왔다>, 리처드 파인먼의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요> 등 유명 과학자들의 자서전을 인문학도의 눈으로 재미있게 다룬 서평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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