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쉽게’와 ‘명쾌한’ 두 단어가 합쳐지며 큰 기대감으로 책을 손에 들었다. 논어라 하면 실제로 참 어려운 학문임에도 가끔은 세상이치가 논어를 말하게 하는 현실이다.
논어 학이편에 보면 나이에 따라 부르는 말이 달리 나와 있다. 15세는 학문에 뜻을 두는 나이라 하여 ‘지학’이라 했고, 30세는 예와 악에 대해 뚜렷한 식견을 가지게 된다 해서 ‘이립’이라 했다. 40세는 사리를 알게 되어 남의 말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불혹’, 50세는 하늘이 준 섭리를 알게 된다고 ‘지천명’), 60세는 듣는 대로 훤해 ‘이순’, 70세는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 없다는 의미로 ‘종심소욕 불유구’라고 했단다.
그러고 보면 “너는 언제나 철이 들거냐?” 하는 말은 어린아이들을 야단치고 훈계할 때만 쓸 말이 아니란 생각이다. 오히려 정신없이 살고 있는 우리 각자에게 물어야 할 말이 아닌가? 나는 과연 지금의 내 시간을 제대로 짐작하고 있는지, 때에 맞는 삶을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알기쉽게 풀어쓴 명쾌한 논어’는 현대인에게 맞게 새롭게 해석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중국 명문대 중 하나인 상하이 푸단대학의 푸지에 교수가 학계동료들과 힘을 모아 책으로 출간했다.
이 책은 시대에 맞도록 단락으로 나눠 어디서나 시간을 만들어 읽기 좋다. 읽었던 페이지를 기억하지 않고 다시 읽어도 새롭다. 그만큼 공자와 제자들의 문답식 대화가 삶의 정곡을 찌른다.
실제로 난 신독이라는 단어를 가장 좋아한다. 혼자 있을 때 더욱 삼가고 경계한다는 뜻이다. 혼자 있을 때 더욱 자신을 살펴 삼갈 것을 삼가고 살필 것을 살핀다는 가르침으로 알고 있다.
생각하면 요즘과 같이 인터넷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지켜야 할 마음이 바로 ‘신독’이라 여겨진다. ‘신독’의 마음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밥을 먹을 때도, 황급한 일을 당했을 때도, 심지어는 넘어질 때도 어진 마음을 지킬 때, 그 때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자라는 마음이 바로 ‘신독’일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논어의 가르침이 전혀 낯설지 않음이 신기하다. 아니 논어의 옛 가르침이 그윽하면서도 구체적이다. 또, 구체적이면서도 그윽하다. 세상이 변해도 변함없는, 세상이 변할수록 변함없는 가르침, 고전을 읽는 맛과 멋은 그래서 남다른 것 아닐까.
언젠가 문화센터에서 한문을 가르치는 70중반의 어르신을 만난 적이 있다. 그분 말씀이 당신은 70이 넘은 지금도 늘 쉬지 않고 공부한다고 하는데 배움에서 즐거움과 기쁨을 얻고 있는 것 같았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라는 글을 적어주며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마치 웅변하듯 말씀하셨던 기억이 새롭다.
논어의 말씀을 어르신은 이미 몸으로 깨치고 있었다. 긴 대화시간 말미에 대화를 정리해야 했다. 어르신은 공부를 통해서 느낀 것은 ‘겸손’이라고 결론지었다. 이 세상에 겸손해야 하고, 사람들에게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요즘 사람들에게 도리를 알려주고 싶다고 강조하시던 어르신.
현대적 재해석으로 논어를 설명한 이 책은 그 어르신을 다시 불어오는 듯 시간 가는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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