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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서평]몽테스팡 수난기

by 칠면초 2011. 7. 31.

 

 

 

몇 년 전 자살가게를 운영하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자살가게’를 읽고 두번째 접하는 장튈레의 팩션소설 ‘몽테스팡수난기.’ 그의 작품은 어둡고 음산한 소재를 밝고 기발하고 유머러스하게 푸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배경은 1700년경 ‘대왕’ 또는 ‘태양왕’이라고 불렸던 루이14세 때 이야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더욱 흥미롭고 현장감있게 다가온다. 루이14세는 흡사 살아 있는 법률과 같은 존재가 되었고, 스스로 “나는 곧 국가이다”라고 할 만큼 절대주의시대의 대표적 전제군주 였다. 그의 업적이라면 여러 차례의 대외 전쟁과 화려한 궁정생활로 프랑스 재정의 결핍을 초래하고 절대왕정의 모순이 증대하여, 후에 프랑스혁명이 일어나는 한 원인이 되었던 왕.


어는 왕들이라고 편력이 없지는 않았지만 루이14세 옆에는 유난히 여자가 많았다 "루이즈 드 라 발리에르 양은 한결같이 왕을 사랑했다. 그에 비하면 몽테스팡부인은 야망을 가지고, 수비즈 부인은  이해관계로서 국왕을 사랑했다. 맹트농 부인 또한 마찬가지이다. 수비즈 부인은 왕비를 지독하게도 기만했다"고 한다.


몽테스팡부인은 재치 있는 말솜씨로 왕을 사로잡았다고 기록되어있다. 확실히 남자는 한 가지 여성 스타일에는 언젠가는 식상하나 보다. 가부장적이고 축첩이 당연히 허용되는 중세에서는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이때에는 국왕이 신하의 아내를 취하게 되면 해당신하는 그걸 아주 영광으로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하니... 참으로 기막힐 일이다.


국왕이 자기 아내와 잠자리를 하게 되면 "국왕과 아내를 공유하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한 영광이 어디 있겠는가." 라며 환호할 정도. 국왕과 자기 아내가 잠자리를 같이한 것, 아름답고 훌륭한 여성을 국왕에게 헌납(?)했다는 명목으로 갖가지 관작과 영지, 하사금을 챙길 수도 있었다.


‘몽테스팡 수난기’는 루이 14세에게 아내를 빼앗긴 몽테스팡 후작의 일대기를 다뤘다. 몽테스팡은 사랑하는 아내에게 루이 14세가 관심을 드러내자 몰락해가는 가문을 살려보려는 심산으로 아내를 궁정에 들여보낸다. 하지만 몽테스팡의 의도와 달리 왕과 아내의 사이는 갈수록 심각해진다.


몽테스팡은 아내를 되찾고자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좌추우돌하는 그의 이야기는 눈물과 웃음을 함께 준다. 이에 루이 14세는 몽테스팡을 회유하고 협박하면서 몽테스팡의 아내를 가지려 한다. 아내를 다른 남자에게 빼앗긴 남자의 심리와 추악한 귀족 사회의 실상을 장튈레식으로 직설적이고 유머 넘치는 언어로 표현했다. 책은 한편의 연극처럼 곳곳에 몽테스팡 후작의 복잡한 심리와 궁정정치의 실상을 유머 넘치는 언어로 표현한다.


왕에 대한 충성심과 몰락해가는 가문을 다시 세우려는 생각으로 아내를 궁정에 들여보낸 몽테스팡 후작은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이와 왕의 여자가 된 아내 사이에서 애절한 절규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이야기는 허망하다. 몽테스팡의 아내는 권력에 대한 욕망을 키워가고 몽테스팡은 딸이 엄마의 사랑에 목말라하며 병들어 죽으면서 무기력한 아버지로 살아가는 몽테스팡 후작의 이야기가 과연 중세 프랑스에서만 이뤄졌을까? 권력과 사랑 그리고 투쟁, 가족의 이야기들을 모두 담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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