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동안 가슴이 떨렸다. 얼마 전 지나친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동상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순신은 30년 동안 방황과 좌절, 갈등과 고통, 시련과 자기 단련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완성했다. 22세 전에는 자신의 길을 찾아 방황했고, 그 후 32세까지는 무인의 길에 들어서기 위해 10여 년을 준비했다. 무인이 된 이후에도 10년 동안 미관말직에서 파직과 복직을 반복하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경험해야 만 했다.
그는 타고난 영웅은 아니었으나 나이 40이 되어서야 자기의 잠재 능력을 깨달아 영웅이 됐다. 리더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만도 아니며 또한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리더는 타고난 능력과 후천적 환경에 따라 개발되는 공동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순신은 이 두 가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인물이다. 이 나라와 백성을 위해 신명을 아끼지 않았던 장군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 것이요, 살기를 꾀하며 싸우면 죽을 것이다.”라고 임전불퇴의 정신을 강조했다.
책은 이순신이 남긴 시와 편지 등을 분석해 인간 이순신이 어떻게 영웅 이순신이 됐는지 추적한다. 이순신도 일기를 쓰고 어지러운 마음을 털어내려 산책을 하고 자식에게 애틋하고 어머니를 사랑했던 보통의 가장이었다. 그는 고독했으며 술을 좋아하고 분노하고 통곡하기도 하는 인간적 면모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순신은 어떻게 ‘영웅’이 됐을까. 무엇보다도 이순신이 가장 먼저 행동으로 옮긴 것은 자신의 케케묵은 생각을 버렸다는 점이다. 그리고 습관도 바꿨다. 이순신이 남긴 시와 편지는 현대인들에게 그를 닮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는 화를 승화시킬 줄 알았다. 화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힘이다. 화를 긍정적 촉매로 이용하면 불의를 거부할 수 있고, 불법에 대항할 수 있다. 이순신은 스트레스와 분노 화병으로 몸이 자주 불편했으나 이를 에너지로 전환했다.
모든 영웅들이 비슷하지만 그 역시도 지독한 낙관주의자였다. 몇 백 척의 배가 파괴되고 수만 명의 부하들이 전사했음에도 패배의 암울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보기보다는 “아직도 12척이 있습니다.”라며 희망을 보였던 것은 유명한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을 정도다.
또한 탁월한 관찰 습관을 가졌다. 난중일기에는 전체 1614일 중 대략 30여 일을 제외하고 빠짐없이 매일의 날씨가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비에 대한 표현을 보면 오는 정도에 따라 안개비, 가랑비, 조금 오는 비, 적당한 비, 다소 많은 비, 큰 비, 장맛비 등등으로 기록했을 정도니 말이다.
이 책은 이순신의 모습 속에서 누구라도 그와 같은 행동을 한다면 그처럼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위로도 받을 수 있음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30년 동안 끊임없이 자신의 목표를 확인하고, 매일 매일 더 나아지려는 노력이 이순신을 만들었다”고 강조한다.
'독서삼매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그대, 참 눈부시다 (0) | 2011.08.30 |
---|---|
[서평] 내 심장이 말하는대로 (0) | 2011.08.22 |
[서평]나는 궁금해 미치겠다 (0) | 2011.08.06 |
[서평]몽테스팡 수난기 (0) | 2011.07.31 |
[서평]나를 생각해 (0) | 2011.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