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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서평]나는 궁금해 미치겠다

by 칠면초 2011. 8. 6.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속담처럼 남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막연하게 궁금하던 일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긴 사람이 있다.


'에스콰이어'의 편집자인 A.J.제이콥스는 그야말로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남자다. ‘미친척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본 1년’의 괴짜저자 제이콥스가 이번 출간한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는 제목부터 심상찮은 호기심을 유발한다. 과연 뭐가 궁금해 미칠 정도인가. 자극적 제목처럼 내용을 읽다보면 처음엔 황당하다. 하지만 중간 부분을 넘어서면서 부터 책 읽는 속도도 빨라지며 대리인생을 사는 기분이 든다.


책은 "어떤 주제에 대해 진실로 알고자 한다면 '현장 실습'을 해 봐야만 한다"고 믿는 저자가 스스로를 실험용 모르모트로 삼아 아홉 가지 기발한 실험을 하고 쓴 책이다.

그는 이미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통째로 공부하며 쓴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로 유명세를 탔다. 그는 황당할 정도로 독특한 작업을 시도해보는 ‘인간 모르모트 장르’형 실험 저널리즘 전문 기자다.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는 한 달 동안 아무 거짓말도 하지 않고 살아본 것이다. 이것도 모자라 하나를 더했다. 뭐든지 자기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을 말하는 실험이다. 상상만 해도 인간관계가 뒤죽박죽 되어버릴 것 같은 생각이다. 여기에 ‘50일 동안 인터넷에서 여자로 살아보기’, ‘한 달 동안 아내로 살기’,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기’ 같은 희한한 실험 9가지를 실천했다. 그리고 책을 출간해 독자에게도 같은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모든 것을 아웃소싱하기' 실험이다. 미국 기업들의 광범위한 아웃소싱에 대해 정보를 수집한 저자는 인도의 한 아웃소싱 팀을 고용해 자신의 삶을 아웃소싱해보기로 한다.


그는 잡지 기사를 위한 자료 조사를 시작으로 공과금 내기, 인터넷으로 물건 주문하기, 아들 장난감 구하기 등 온갖 일들을 대행시켰다. 먼 곳에 있는 '원격 비서'들은 심지어 부모님에게 안부전화를 걸거나 화가 난 아내에게 대신 사과하는 '껄끄러운' 일도 척척 해낸다. 단순히 실험에 그치지 않고 미국 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현재 인도의 노동력도 미국처럼 혁신적이고 적극적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아웃소싱의 '특혜'가 사실은 우리에게 득이 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이는 곧 우리같은 상부 업무 유형도 공장 근로자 정도로 그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71쪽)


이밖에 온라인에서 아름다운 여성인 척하기, 획기적인 정직 실천하기,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기, 조지 워싱턴의 원칙대로 살기 등등… 무모하고도 기상천외한 실험을 따라가다 보면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얻게 된다. 또한 도덕, 결혼, 명성 등 여러 중요한 개념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여름 더위를 싹 가셔주는 즐거운 내용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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