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은 새콤달콤 쌉싸래한 사랑이야기다. 그래서 감칠맛이 난다. 통속적이기에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적 허영을 과시하듯 현학적이지 않아서 좋다. 청소년 시절 남들이 볼까 눈치 보며 몰래 읽었던 그 시절의 감성이 혀끝을 감친다. 춘원 이광수의 ‘사랑’과 ‘무정’, 정비석의 ‘자유부인’ 스스로 대중소설 작기임을 표방하고 나선 김말봉의 ‘찔레꽃’ 그리고 방인근의 ‘벌레 먹은 장미’ 등은 사춘기시절 사랑과 이성의 호기심을 실타래처럼 풀어 주었다.
‘나를 생각해’는 감히 이런 연애소설과 맞먹는다는 생각이다. 소설은 삶의 과정을 통해 나이별로 살아가는 여자들의 사랑풍속도를 진솔하게 그렸다.
연극 작가이자 홍보실장인 주인공, 유안. 그녀는 돈보다는 꿈을 따르는 연극인 중 하나다. 하지만 열정만으로 되는 현실은 없다. 예술만 하고 싶지만 현실은 어쩔 수 없이 돈을 요구한다. 아마 대학로 근방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라 여겨진다. 작가는 그러한 고민을 여실히 보여준다. 유안은 극단을 살리기 위해 술자리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발버둥친다. 고민은 그뿐 아니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할머니, 위장이혼을 하고 새살림을 차린 아버지, 싱글맘 친구와 수상한 동거 생활을 시작한 언니, 이렇게 뿔뿔이 해체되어 일인가족이 되어 버린 집안의 모습은 간섭 없는 이 시대의 풍경이다. 하지만 작가는 일가족의 각기 다른 삶과 사랑의 방식을 보여줄 뿐 옳고 그름을 가르지 않는다. 참으로 리얼하다. 일상의 이야기들을 접하듯 단숨에 읽힌다.
사람도, 사랑도 성장한다. 그러는 동안 잊히고 퇴색하는 것들이 있다. 분홍은 잊혀졌다. 지금 나의 분홍 원피스는 연극을 위한 차림인 것처럼. 처음 사랑하게 되었을 때 ‘사랑할게요’라고 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랑이 끝났다는 인사는 하지 않아도 되었다.
성장통처럼 사랑은 자라나고 삶은 아프지만 성숙한다. ‘나를 생각해’를 읽고 책장을 덮으며 나는 한 계단 성숙해진 내 사랑을 바라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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