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산맥 이쪽에서만 진실이고 그 너머 세상에서는 거짓말인 것이 어떻게 진실이란 말인가?”
‘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세종서적)’는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사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왜곡된 진실과 허위사실이 쓰레기처럼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소문과 주장이 범람하면서 무엇이 사실이고 허위인지 구별하기조차 힘들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슬람교도”라는 거짓 정보가 떠돌자 백악관이 나서 “오바마 대통령은 기독교도”라고 해명하고 기도하는 모습을 공개했지만 소문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가수 타블로의 학력위조 논란도 마찬가지다. 그럴듯한 근거로 학력 위조를 제기했고, 현대판 마녀사냥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주장으로 명예를 훼손시키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은 개구리에게 돌을 던지는 행위와 마찬가지다. 누리꾼들은 흥미를 느낄지 모르지만 당사자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다. 사실의 실종 뿐 아니라, 인터넷 한국어 위키백과도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언론시민연대가 모니터링한 결과 위키백과의 오류가 많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과 함께 접한 ‘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는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책의 시작은 1970년대 중반 어느 겨울날 새벽, 에스파냐의 한 아파트 발코니에서 인도로 투신한 한 남자의 주검이 발견된다. 그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촉망받는 신예작가 알레한드로 베빌라쿠아로, 그의 처녀작 출판기념회가 있은 지 이틀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그 미스터리한 사망 사건이 발생한 30년 후, 그의 삶과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탐문하는 한 프랑스인 기자가 있다. 장 뤽 테라디요스라는 이름의 이 기자는 생전의 베빌라쿠아를 알았던 네 명의 인물로부터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들은 모두 이 수수께끼 같은 인물에 대해 자기 나름의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테라디요스가 그때를 기억하도록 청한 지금에야 비로소 드러나게 되는 비밀들 또한 숨기고 있다.
작가 베빌라쿠아의 의문의 죽음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부분적 진실, 기억과 관점의 제한성 또는 불완전성을 다룬 알베르토 망구엘의 소설이다. 4명의 화자가 각기 다른 증언을 하는 특이한 구성으로 소설은 더욱 흥미롭다.
그들은 나름 진실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진실은 각자가 바라보는 관점에서 달리 나오기 때문에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들어간다. 어떤 사람은 베빌라쿠아를 우유부단하고 모호하고 무능력한 인물로 묘사했다. 다른 화자는 그를 천재적이고 매력적인 작가, 영악함도 갖춘 남자로 표현했다. 어떤 이는 베빌라쿠아를 이제는 사라진 순수했던 시절에 우리가 정직한 사람이라고 부르던 사람이었다고 평한다. 마지막 화자는 베빌라쿠아를 순결한 모습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비열한 남자로 그려낸다.
여기서 우리는 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며 모든 사람은 진실일 수 있다는 이중적 생각을 버릴 수 없다. 네 명의 화자로부터 이렇듯 다른 진술을 들은 상 테라디요스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기에 베빌라쿠아에 대한 글을 쓰지 않기로 했다는 결심을 밝힌다.
그렇다면 모든 글을 진실일까? 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이런 현실을 생각한다면 ‘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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