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에 있는 산을 왜 소래산이라고 하죠?”
우연히 만난 남자에게 물었다.
“당나라 소정방이 신라 원정차 왔다가 이곳에 머물렀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답니다.”
소정방의 '소(蘇)' 자와 소정방이 출발한 래주의 '래(萊)'자를 따서 부른다고 설명한다.
소래산에 자주 오는 것 같다. 묻는 길에 한가지 더 물었다.
"계란마을이 무슨 뜻으로 지어졌나요?"
"산아래 마을인데, 닭이 계란을 품고 있는 모습이라고 그랬답니다. 요 아래 서원도 있어요"
소산서원은 어제 다녀와서 나도 잘 알고 있다.
소래산 마애상을 찾는 길이었다.
산림욕장이라지만 빼꼼한 갈참나무 상수리나무 잎이 비집고 들어오는 겨울햇볕이 기분을 나른하게 한다.
고마운 마음에 산 중턱에서 파는 오이 두 개를 골라 남자에게 선뜻 한 개를 내밀었다.
오이가 이렇게 향긋하고 갈증을 없애주는지 새삼 감탄.
버겁게 어깨에 비끄러맨 가방이 더욱 짐짝 같다.
정다운 친구에게 우연히 붙들리어 기분 좋은 공간에라도 가서 하하거리고플 정도.
유쾌한 상상을 하며 갈참나무, 소나무 늪을 지나고 메타세콰이어 조경수도 스친다.
실에 꿰어져 나란한 듯한 그 사잇길을 걷는데 발바닥이 정지를 먹었다.
작은 이끼사이로 개미 행렬이 끝이 없다. 먹이를 나르는 중인가보다. 그 옆에서는 추임새 마냥 노오란 작은 꽃잎 씀바귀들도 좋아 죽겠단다. 좋아하는 건 꽃잎을 보면 안다.
그때, 무법자가 나타났다.
산책 나온 강아지가 숲 속으로 용변보러 가는지 훼방을 놓고 싶어선지
숲을 헤집는데...
올라오던 길 바로 옆에 걸린 작은 플래카드 속 문구가 목에 걸린다.
'애완동물은 꼭 목줄을 하세요.' 입 밖으로 새나올 터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