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새로운 계절을 만들고 있다. 옛날 가난한 선비들은 나뭇잎에 시를 적었지만, 감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은 나뭇잎을 센다고 하지 않던가. 가을의 낙엽을 보는 순간, 나무의 봄과 여름과 겨울을 동시에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친구와 애인을 위해 낙엽을 줍는 따뜻한 손길이 떠오른다. 그런 손길 같은 성인동화를 한 권 만났다.
어문학사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가족 그림동화다. 한편으로는 신앙 성장소설 같기도 하다. 가슴 뭉클한 사랑과 이별, 그리고 친구의 소중한 우정을 아름다운 수채화로 그려냈다. 부드러운 곡선과 연한 색상의 수채화는 몇 페이지의 책 내용을 한 장 그림에 모두 담고 있다. 눈을 떼기 어려운 삽화들......
지은이 이병연은 강원대 미술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신학과 미술심리 치료를 공부했다. 글과 그림을 직접 쓰고 그려서 삽화와 글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잘 어울린다. 내용을 잠시 보자면, 7살 신비는 헤어진 엄마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을 간직한 소녀다. 또, 무얼 보던 아빠와 엄마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한 신비를 위해 아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힘을 다해 신비를 공주처럼 키우려고 한다.
가장 맛있는 것, 좋은 것, 아름다운 것만을 신비에게 주고 싶은 아빠는 엄마와도 같은 대지의 사랑을 듬뿍 담아 아이에게 주고 있었다. 아빠의 상징은 종교의 절대자라는 생각이다.
저자는 우리 안에 내재해 있는 감성을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표현하고 싶어 했다. "이 가을날, 내 안으로 고요히 침잠해 들어가 가만히 전해져 오는 영혼의 소리를 듣고 싶다"는 추상적인 감성을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주인공인 신비와 아빠와 엄마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구체화 했다.
가족이 주는 행복과 사랑, 그들을 잃은 슬픔, 하지만 다시 찾아온 행복. 그 과정 속에서 얻은 친구 태양과의 따뜻한 우정. 아픔을 인내하며 성장하는 주인공 신비의 가슴 벅찬 동화는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책장을 덮으며 아직도 낙엽은 바람 따라 뒹굴지만, 어느 나뭇잎이라도 한 장 주워서 만나지 못한 사람이나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엽서라도 한 장 써서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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