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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스테이크 스테이크 스테이크

by 칠면초 2012. 2. 27.

 

스님은 ‘스테이크’를 세 번 반복했다. 그리고 시는 한 편의 영화였다. 몇 번 반복해 읽었다. 나폴레옹과 조세핀의 두 가지 시선이 뫼비우스 띠처럼 얽히고설킨다. 생의 한 가운데서 선 존재로서 사랑과 외로움, 그리움을 고백하고 깨달음을 좇는 길에 선 수행자로서 세상에 경책을 던지기도 한다. ‘~흑백사진은 이제 더 이상 추억 놀이가 아닌 단순한 흑백 놀이임이 단 한 번의 매스질로 명백히 밝혀졌다’(스테이크 일부)

 

2001년 '문학과문화'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 수덕 스님의 첫 시집이다. 서울의 불교문화원에서 명상을 지도하는 스님은 시공을 초월한 윤회의 세계를 노래한다.

 

하나의 홀씨/ 민들레 홀씨가 여행을 기다린다/ 마침 바람이 불어 그대 곁으로 향한다/ 이제 그대가 물을 주고 눈길을 주어야 한다/ 나는 그저/ 하나의 씨앗으로 존재할 뿐/ 따로 존재할 뿐/이제 그대가 선택했으니/ 책임도 그대의 것이다/ you owner your risk.(나는 홀씨 전문)

 

눈으로 보기에 자세히 보이지 않는 꽃을 속속들이 보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는 관심이다.

시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어 많이 따뜻하다. 그런데 외롭다.

삶은 방랑이다. 누구나 잠시 삶 속에 육신과 생각을 담는 객이다. 80년 세월도 죽음 문턱 앞에서 추억의 단편일 뿐이다. 수덕 스님도 객이다. 스님은 삶 가운데 깨달음을 구하고자 길을 나섰다. 그리고 여정동안 수행자 눈에 비친 세상사를 시어로 녹여냈다.

 

수덕 스님의 첫 시집인 '스테이크 스테이크 스테이크'는 불교의 사상에 하나인 시공(時空)을 초월한 순환적 윤회의 시세계를 그리고 있다. 진한 외로움과 사랑이 묻어 있는 '수덕산에는 수덕이 산다', '나를 보며', '너는 그곳에 있다', '욕망이 찾아오는 길', '한 개의 상징과 몇 개의 비유에 대하여' 등의 시편이 수록돼 있다.

 

스님의 삶과 구도여정은 첫 시집이 고스란히 얘기하고 있다. 스님은 출가 전부터 40여년간 써내려간 시어들과 카메라 렌즈에 담아온 사진들로 세상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을 말했다. 그렇게 몸에 생각을 싣고 바랑에 펜과 종이를 담아 이곳저곳을 떠돌며 삶 혹은 구도여정에서 얻은 소소한 깨달음이 담긴 바랑을 풀어낸 셈이다. 90편의 시로 스님이 노래한 순수의 내면을 감상하다보면 마음이 산사에 온 듯 맑아지는 기분이 드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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