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있는 달마선화로 유명한 양평 용문산 용문사 제운 스님을 처음 알게 된 건, 몇 년 전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한 스님의 시를 접하고였다. 기억나는 구절로 “세월은 유수와 같아서... 인생은 뜬구름 나그네이며 행복은 짧고 괴로움은 길다”라는 내용 아닐까 싶다. 상황이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잊지 못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이번 독특한 형식의 달마도로 알려진 양평 용문사의 제운 스님의 시집 ‘당신은 나에게 무엇입니까’를 받아들고 한참동안 책장을 열지 못했다.
더욱이 ‘당신은 나에게 무엇입니까’라는 제목은 타인이 내게 던지는 질문과도 같아 마음 한편이 뜨끔해졌다.
시집은 67편의 시를 '시절'과 '그리움' 그리고 '향하여', '공문(空門)' 등 4부분으로 나뉘어있다. 평소 글이 있는 그림을 그려왔던 스님답게 달마도로도 표현했다. 1부 ‘시절’이 과거, 2부 ‘그리움’은 현재 심정, 3부 ‘향하여’로 미래, 4부 ‘공문’은 선(禪)으로 빠져들게 한다. 스님은 “아는 것이 많아도, 반듯하게 잘생겼어도 감성이 메마른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영위할 수 없다”고 결론 낸다.
어느 목사님이 가진 것이 많아도 나눌 줄 모르면 가난한 사람이고, 가진 것 없어도 나누는 사람은 부자라더니, 감성 역시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풍부한 감성으로 우리 마음을 정갈하게 해주는 스님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깨달음과 해탈의 세계를 노래한다. 산을 보면 산을 노래하고 물을 보면 물을 노래한다. 꾸밈과 가식 없이 그저 물 흐르듯 유유자적하다. 부러움이다. 그뿐 아니라 또 다른 측면을 바라보면 절대자로 향하는 종교인 스님의 모습도 담겨있다.
당신은 나에게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의 시집을 닫으며 세상을 푸념할 일은 아니란 생각이다. 내가 변하면 세상은 달리 다가오기 때문이다. 생각을 바꾸어 보면 세상은 다 예뻐 보인다. 누가 뭐라고 해도 즐겁게 받아들이고 미소로 흘려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수행 아닌 수행을 하는 것 아닐까. 이번 봄, 누가 뭐라고 해도 환하게 미소 짓는 그런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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