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할 거야 나무들은
꽃을 피우는 일도 그만
신물이 날 거야
해마다 다른 꽃을 피울 수 있다면야
몰라, 같은 빛깔 같은 모양
게다가 환히 알고 있는 순서 그대로
헤어지는 일에도 이골이 났을 거야
가을엔 모두를 떠나보낸다지만
잎이 떨어진 자리마다 어느새
새봄을 감춰 놓고 있던 걸
아니야, 이별이 아니야
겨울 한철 떠나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어
손 흔들지 못할 사람
어디 있어
때로는 나무처럼
살고 싶을 때도 있지만
지나온 길 발자국마다 다시 밟아
같은 빛깔 같은 모양
되풀이 피울 바에야
헤쳐 가야겠다, 안갯속 외줄기 길
아무도 밟지 않은 그 새벽길을
아득히 끝을 보며 시작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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