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가장 충격적인 일은 배우자의 죽음이고 다음은 친구의 죽음이라고 한다. 나와 동격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생을 달리할 때 가장 견디기 힘든 법이다.
10여 년 전, <아버지>로 전국을 울렸던 김정현. 내게도 소설과 비슷하게 생을 달리한 선배가 있었다. 췌장암 선고를 받은 후 병실을 찾았을 때 어떤 이의 아버지인 그는 “**씨, 나 암이래…”라며 남 이야기하듯 털어놓았다.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선배의 부음을 들었는데, 알고 보니 그동안 시집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암이다’라는 연작시 7편과 함께 우리 손에 들려진 선배의 시집. 그는 이 시대 아버지로 살다간 내게 가장 근간의 아버지였다.
<고향사진관>. 그 책을 읽는 동안 선배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가 오랫동안 머릿속에 머물렀다. 그리고 우울증처럼 며칠을 그렇게 보내야 했다. 소설 <아버지>는 아버지와 또 그의 아버지 이야기를 다룬 가족 소설이다. IMF보다 더하다는 요즘의 경제위기는 또다시 아버지들의 어깨를 축 쳐지게 만든다. 작가는 세상 모든 아버지에게 보내는 아들의 마음을 담은 소설 <고향사진관>을 내놓았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다시 소설을 펴낸 데 대해 작가는 “친구가 지난해 세상을 떠난 뒤부터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지 시점을 맞출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한다. 실존인물에 대한 이야기며 유족도 있어 함부로 쓰기 어려웠다는 고백이 공감이 간다. 거의 다 썼던 원고를 버리고 새로 쓰기를 몇 번. 아마 소설을 쓰면서 몇 번은 멈추었을 거란 짐작이 갈 정도로 소설은 중간 중간 목울음을 삼키게 한다.
스물다섯 살에 가장이 된 서용준. 작가의 친구다. 아라비안나이트의 환상으로 아랍어과를 입학한다. 하지만 군대 제대를 하면 다시 생각해보리라는 마음이었던 용준, 그는 제대를 앞두고 아버지가 뇌졸증으로 쓰러졌다는 비보를 듣는다. 영주로 내려간 그는 2남 3녀중 장남으로 사회에 나갈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버지가 운영하던 예식장을 물려받게 된다. 그리고 시작 된 집안의 가장 노릇. 그의 아버지는 혼수상태에서 17년간의 지극한 병수발 끝에 희수연을 치른 후 세상을 뜬다.
용준은 아버지가 자신을 지키고 있었다고 고백하지만 갑자기 다가온 그의 말기 암 판정. 겨우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그에게 오히려 암은 남 이야기 같다. “서울 큰 병원으로 가시죠...(230p)”환자에게 이보다 충격적인 말은 없다, 이런 비슷한 상황을 지켜본 나로서는 책을 읽는 동안 호흡이 멈추는 듯한 아픔이 다가왔다.
미련? 억울하지 않은데 무슨 미련이 있을까 싶지만.....무엇보다 눈에 밟히는 건 아이들이다. 아직 세상 속으로 나갈 준비도 안 되어 있는데...(239p)용준은 고향사진관으로 들어갈 때 아버지 때문이었다면, 그곳을 떠나면서 자식을 걱정하는 부정을 볼 수 있다.
김정현 씨의 신작소설 <고향사진관>의 줄거리다. 스포일러를 원치는 않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었기에…
삶은 그렇게 흐른다. 모두가 남의 이야기 같고 영화 같고 소설 같지만 분명 내게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기에 소설을 흘려버릴 수가 없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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