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심리학
복수는 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용서는 왜 그렇게 하기가 어려운가?
세상에 복수가 만연한 이유는 무엇인가? 복수는 왜 그다지도 파괴적인가?
복수가 줄어들고 용서가 넘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이런 의문들은 지금 우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문제다. 심리학자 마이클 맥컬러프는 이 책에서 우리가 수백 년 동안 복수와 용서에 관한 진실이라고 믿어왔던 것들에 도전장을 내밀며 사회적 통념에 맞선다. 그는 복수심이 인간에게 잔혹한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는 ‘질병’이나 ‘독’이 아니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오히려 복수심은 인간이 진화하면서 겪은 사회적 딜레마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선택한 해결책이었다. 즉 복수가 인류의 조상을 뜻밖의 위험에서 구해준 ‘해결책’이었기 때문에 오늘날 그것이 우리에게 ‘문제’인 것이다.
사람들은 인간을 괴롭히는 사회 문제 중에서 복수는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접 사실을 확인해보면 다르다. 정신적으로 안정된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살인자들이 살인을 저지르며, 나라 간에 전쟁을 일으키고, 테러리스트들이 테러를 저지르는 이유의 하나는 복수심이다. 하지만 맥컬러프는 개인과 집단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폭력과 파괴성의 근원이 복수심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것이 또 다른 ‘해답’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용서 역시 복수의 ‘치료제’나 ‘해독제’가 아니다. 오히려 용서는 인류의 조상이 유전적 친족이나 그 밖에 가치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보존하고자 진화시킨 특성이다. 따라서 인류의 조상이 ‘용서 본능’을 활성화한 사회적 환경을 재현할 수만 있다면 인류는 더 적은 노력으로 훨씬 자연스럽게 용서할 수 있다. 맥컬러프는 이 획기적인 책에서 이러한 특성들을 성장시키는 ‘진화력’과 인간의 마음에 이런 특성들을 발현시키는 ‘사회력’, 그리고 용서 본능에 적합한 사회제도와 인간관계를 창조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를 이해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의 안내 방식은 사뭇 독특하다. 그는 아리아드네의 실처럼 우리를 단번에 출구로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미로 구석구석에 놓여 있는 모든 방으로 이끈다. 다양한 동물 실험과 관찰 결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생물학, 사회학, 인류학, 근대 역사, 인간의 머릿속 뉴런에서부터 개인과 공동체를 넘어 국가에 이르기까지, 그가 내세우는 증거들은 무척이나 방대하고 흥미롭다. 나아가 그는 이런 안내에서 멈추지 않고, 우리가 복수와 용서의 감정을 활성화하거나 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문까지 밀고 들어간다. 사회학과 생물학의 관점에서 풀어가는 맥컬러프의 충고는 용서가 넘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책 내용>
■ 복수심은 자연스러운 인간 본성이다
우리는 복수심이 명백히 비정상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불운한 숙주의 몸에 침투해 자신을 복제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옮겨가는 질병 같은 것 말이다. 이런 관점은 오랫동안 복수에 관한 정설로 자리 잡았다. 복수는 더럽고 위험하며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금기시되었다. 우리는 정말 화가 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며 복수심으로 가득 찰 때조차 감히 복수라는 이름은 사용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옹졸하고 비열해 보이거나 혹은 단순히 사악하게 보이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복수의 질병 모델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사실 복수는 질병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인류가 진화하면서 부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현된 자연스러운 본성에 가깝다.
■ 정말 복수가 질병일까
복수심이 질병의 징후이거나 원인이라는 가정은 단지 가정일 뿐이다. 복수심은 오늘날 정신의학자들이 성격 장애라고 부르는 정신질환의 다양한 모습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든 묻지마 살인과 교내 총기난사 사건들이 그런 유형에 속한다. 저자가 드는 사례 연구 중 특별히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조승희 사건이다.
2007년 4월, 버지니아 공대 재학생이던 조승희는 알 수 없는 복수심에 사로잡혀 학생 스물일곱 명과 교수 다섯 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다양하고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경우조차 복수심이 정신이상을 유발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감정적인 문제와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 대인관계에서 오는 상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설명 쪽에 무게를 둔다. 즉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복수 충동을 견디기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왜 조승희가 학교에서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먼저 복수심을 고려해봐야 한다. 복수심을 무시하는 것은 퍼즐의 중요한 부분을 잃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적응의 조건 세 가지
왜 우리는 복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을까? 애초에 어디서 그런 능력이 생겨났을까?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그토록 파괴적이며 무의미해 보이는 복수심이 어떻게 적응할 수 있었을까? 딸에 대해 나쁜 소문을 퍼뜨렸다는 이유로 내 아들을 죽인 그 딸의 아버지에게 복수하는 것에 어떤 이득이 있을까? 비행기 충돌 사고로 가족을 잃은 남자가 그 사고에 책임이 있는 항공관제사를 죽이는 것은 과연 누구에게 이득이 되는 일일까?
복수가 적응이라는 획기적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는 다음의 세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첫째, 복수 성향은 인류의 조상이 한 번 공격을 가했던 개체들로부터 두 번째 피해를 당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되었다. 둘째, 복수는 애초에 잠재적 가해자들로 하여금 인류의 조상에게 가하려던 공격 행위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셋째, 복수는 집단에 협력하지 않는 구성원들을 벌하고 공동선을 추구하는 데 적합한 기여자로 변화시키기에 유용했다.” 놀랍게도 이 가설을 입증하는 증거들은 하나둘이 아니다.
■ 복수는 2차 공격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한다
영장류 연구를 살펴보면 복수의 역할은 분명해진다. 몇몇 영장류학자들은 일본원숭이 무리에서 일어난 1,500건 이상의 교전을 분석했다. 공격을 하고 때리는 쪽은 주로 지위가 높고 강한 원숭이들이었다. 그렇다면 공격을 받은 원숭이는 어떻게 했을까? 그들은 자신을 공격한 원숭이를 직접 공격하지 않았다. 공격을 당한 일본원숭이가 보복했던 대상의 4분의 3은 자신을 공격한 원숭이의 친족이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자신을 공격한 원숭이가 그 장면을 정확히 목격할 수 있는 지점을 복수 장소로 정한다는 것이다. 왜일까? 아마 자신이 복수하는 장면을 보길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자신에게 잠재된 폭력성을 과시함으로써 또다시 희생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원숭이의 복수 방식은 인간의 복수 방식과 오싹할 정도로 흡사하다.
■ 복수는 관계 속에서 효과적인 힘을 발휘한다
복수 행위는 종들 간의 상호 작용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기도 한다. 갈색머리찌르레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탁란(托卵)을 한다. 뻔뻔스럽게도 알을 품는 수고를 다른 새에게 떠넘겨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둥지의 주인 새들은 왜 찌르레기가 낳고 간 알을 자신의 둥지에서 내쫓지 않을까? 그렇게 했다가는 찌르레기가 돌아와 둥지 주인 새의 알을 파괴해버리기 때문이다. 주인 새가 찌르레기의 알을 그냥 두면 찌르레기도 주인 새의 알을 해치지 않는다. 복수는 이처럼 새의 머리로도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아주 단순하고 매우 효과적이다.
■ 복수는 상대의 공격 의지를 감소시킨다
자신을 이용하려는 사람을 다루는 한 가지 방법은 자신의 이용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가령 누군가 당신을 이용하여 자기 생활의 질적 수준을 ×만큼 높여줄 자원(식량, 보금자리, 유용한 도구, 훌륭한 배우자, 혹은 사회적 신분)에 접근 가능성을 얻는다고 가정하자. 그러나 이 공격에 ×의 50퍼센트가량 처리 비용(부상을 당하거나 싸움에서 패배할 경우 지위를 잃게 되는 상황)이 든다면 실제 당신을 이용해서 얻는 순수익은 0.5×이다. ×의 이득을 얻기 위해서라면 그가 당신의 배우자를 훔치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0.5×라면 어떨까? 아마 포기할 것이다. ×를 0.5×로 바꾸는 것이 바로 복수의 힘이다. 즉 상대에게 보복의 기회가 있다고 믿는 것만으로도 그에게 해를 입히려는 의지는 급격히 감소한다.
■ 복수는 협력 시스템을 진화시킨다
물고기도 복수를 진화시켰다. 거피(송사릿과의 열대 담수어)가 먹이를 찾아다니는데 개복치 같은 포식어를 맞닥뜨릴 경우를 가정해보자. 거피들은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보기 위해 정찰대를 꾸려 포식어에게 다가간다. 정찰대는 개복치가 배가 고픈지 알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 도달할 때까지 한 마리가 앞으로 나아가면 다른 물고기가 그보다 약간 더 나아가는 방식을 반복한다. 만약 정찰대가 가까이 다가가도 개복치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거피들은 계속 먹이를 찾아다녀도 안전한 상황이라고 여긴다.
거피 떼는 포식어 탐색으로 다양한 정보를 얻지만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물고기들은 그때마다 죽음을 무릅써야 한다. 정찰대 구성원들이 이 위험한 임무에 전념하도록 진화한 행동 기제는 무엇일까? 바로 복수다. 만약 탐색 물고기 중 하나가 뒤에서 꾸물거리거나 포식어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차례를 지키지 않으면 어떨까? 그러면 갑자기 포식어와 가까이 있던 탐색 물고기가 뒤로 물러나 잔꾀를 부리던 동료를 포식어와 더 가까운 위치에 놓이도록 한다. 즉 정찰대 구성원 중 어느 하나가 협력 계약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다른 물고기가 보복을 하는 것이다.
■ 용서 역시 진화된 인간 본성
인간의 복수 능력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용서 능력은 인류의 조상이 겪었던 결정적인 진화론적 문제들을 해결했다. 신경학상으로 온전하게 태어난 모든 사람은 특정 조건하에서 용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당신이 알고 있는 누군가가 당신에게 무례한 행동이나 해가 되는 행동을 했다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당신이 그에게 가혹하게 복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웃집 개가 주말 내내 짖었다고 그 집 차에 달걀을 던지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당신을 곤경에 빠뜨린 동료를 다음번 회의에서 골탕 먹일 수 있을까를 놓고 고민하는 데 엄청난 시간을 들이지도 않을 것이다. 당신이 할 만한 행동은 어떤 대응도 하지 않거나, 건설적인 방식으로 상대방과 직접 문제를 바로잡는 정도이다. 정말로 화가 났다면 며칠 동안 그 사람을 피해 다닐 수도 있지만 그 이후에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관계를 유지한다.
왜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누군가에게 복수하지 않을까? 첫 번째는 사소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성급한 복수가 얽히고설킨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불필요한 순환 고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까운 협력 상대에게 보복하기를 주저하는 세 번째 이유는 그 관계를 깰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따금 우리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할 때마다 그들을 적으로 돌린다면, 우리는 그때마다 새로운 관계를 맺을 상대를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복수와 용서의 딜레마
저자는 복수와 용서가 한 팀이라고 역설한다. 협력을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으려면 복수할 필요가 있고,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가는 순식간에 모든 사람에게 무시당하는 존재로서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웃이 당신을 배신하면 당신은 망설임 없이 망치를 내리쳐야 한다. 침팬지, 원숭이, 물고기, 심지어 새들조차 이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상 복수심에 차 있을 수는 없다. 당신에게 복수심을 심어준 몇몇 사람들과 함께 과거는 과거로 남겨둘 수 있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협력하는 법을 알고 있는 생물이 복수만 아는 생물보다 더 잘 살아간다. 이기심으로 얻는 단기 이득과 협력으로 얻는 장기 이득을 경쟁시키는 사회적 딜레마 속에서, 진화는 지혜로운 생물을 선호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복수가 필요할 때 복수할 수 있고, 용서가 필요할 때 용서할 수 있으며, 또한 그 차이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복수할 것인가, 용서할 것인가. 당신의 선택이 당신의 행복을 결정한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
광범위한 지적 세계를 우아하게 넘나들며 폭력과 용서 사이에서 빠르게 전개되는 멋진 이야기를 창조해냈다. 자유로운 사고의 토대 위에 독창적이고 치밀하게 짜인 이 책은 진화심리학의 정수라 할 만하다.
―리처드 랭햄, 하버드 대학교 생물인류학 교수·『악마 같은 남성』 저자
복수보다 용서가 어렵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마음의 진화를 깊이 있게 파고든 이 매혹적인 책은 인간이 복수보다 용서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말해준다.
―매트 리들리, 국제생명센터 의장·『이타적 유전자』 저자
용서와 복수에 관한 통찰력 있는 분석은 유전자 결정론이 아닌 진화론적 사고가 인간의 환경을 개선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데이비드 슬론 윌슨, 뉴욕 주립대학교 생물학과 인류학 교수·『진화론의 유혹』 저자
우리는 우리의 공격적인 성향 때문에 인간이 평화를 더욱 사랑하는 종이라는 사실을 종종 잊곤 한다. 인간의 용서 본능을 연구해온 마이클 맥컬러프는 그야말로 진화하는 용서 본능을 설명하기에 안성맞춤인 학자다.
―프란스 드 발, 에모리 대학교 심리학과 C. H. 캔들러 석좌교수·『내 안의 유인원』 저자
<차례>
들어가는 말: 복수와 용서에 관한 단순한 진실 세 가지
1장 다시 인간 본성으로
2장 복수 실행과 복수 비용
3장 복수가 해답이다: 진화론적 관점의 세 가지 가설
4장 적응의 증거
5장 가족, 우정, 그리고 용서의 기능
6장 용서 본능
7장 용서하는 두뇌
8장 용서를 부르는 신호
9장 뉴런에서 국가까지
10장 신성한 용서와 정당한 복수
11장 호모 이그노센스, 용서하는 인간
<저자 소개>
지은이 마이클 맥컬러프 Michael McCullough
플로리다 주 코랄 게이블에 있는 마이애미 대학교에서 심리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회심리학 및 임상심리학 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주로 용서, 복수, 감사 등 인간의 도덕적 감수성에 관한 문제와 종교 행위의 진화론적 토대 및 그 결과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심리학회에서 수여하는 신진연구자상과 멘토링상, 템플턴 긍정심리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뉴욕 타임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각종 매체는 그의 연구 성과를 앞 다투어 싣고 있다. 맥컬러프는 이미 『용서』를 비롯한 다섯 권의 책을 공동으로 집필한 바 있으며, 이 책은 그가 일반 대중을 위해 내놓는 첫 단독 저술이다.
옮긴이 김정희
상명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철학, 심리, 역사를 비롯해 사람에 관한 다양한 학문에 관심이 많다. 옮긴 책으로는 『사고집약형 기업』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