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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를 넘겨 나타난 제목. ‘불우이웃이 된 전직 대통령’. 현재 지금 상황에 맞추어도 전혀 손색없는 제목에 잠시 머리가 띵했다. 이미 오래 전 전직 대통령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시대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현재와 동일하다.
우리는 그렇다. 이러한 시대에 살면서 ‘이것이 과연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들은 아닐 거야’ 라는 의심을 자꾸만 갖게 만든다. 그만큼 우리는 우리의 습성에 젖어버렸다.
나는 곧잘 주위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곤 했다 “현재 우리가 하는 일이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행하지만 분명 잘못된 일임을 알고는 가야한다”라고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대단한 선각자 윤리가는 아니다. 단지 잘못을 잘못인지모르고 넘어가는 현상들이 안타까워 해본 작은 계란치기였다.
역시 이 책은 읽는 동안 내게 감탄사와 비슷한 한숨을 쉼 없이 토해내게 만들었다. 인원 운동가의 이야기라 약간은 부정적이지 않을까 하는 시각은 참으로 우려였다. 물론 지은이는 이 책이 일정한 편향을 띠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인권 운동가로서 인권의 원칙이 사회 곳곳에 살아 있는 원리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인권 운동가의 시각과 원칙은 하나의 편향임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는 없거나 찾아보기 힘든데,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에 관한 인권 운동가의 시각으로 관찰한 보고서는 오늘날 한국의 각 분야에서 십중팔구는 우리나라에만 있을 법한 65가지의 다양한 모습을 꼬집는다.
정치든, 경제든, 사회 현상이든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어이없는 사건과 일들을 매일 경험하고 마주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은 모든 분야에 있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만들어냈다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만 있을 법한 일들에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가 오늘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기에 외면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딱딱한 고발서는 아니다. 인권운동가 특유의 풍부한 정보와 해학은 우리사회를 꼬집고 비판하는 날카로움과 함께 인권 침해에 쉽게 노출되는 어린 학생, 노동자, 서민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스한 애정도 느낄 수 있다.
재소자의 흡연을 금지하는 교도소, 형사 사건 무죄율 0.18퍼센트를 자랑하는 검찰, 범죄를 과장해서 발표하는 정부와 경찰, 저작권법을 악용해 서민을 협박하는 법무법인 등에 던지는 일침은 인권 운동가로서 현장에서 얻은 정보와 경험에 의한 것이다. 마치 얼마 전 읽은 ‘치팅컬처’를 생각나게 했다. 미국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한 치팅컬처를 읽으며 솔직한 미국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처럼, 이 책을 통해 내게 숨겨진 내 못난 버릇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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