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 기타와 음악이 흐르고, 그 위에 이야기가 가볍고 경쾌하게 달려간다. 록음악과 대중소설이 만났다. 얼마 전 ‘고고70' 영화가 생각날 정도로 소설은 1980년대 고교생 딴따라 록밴드를 눈에 보이는 글로 나타낸다. 마이클 잭슨의 노래제목인 ‘Beat It(삐릿)'은 친한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듯 가볍고 유머러스한 ‘입말'로, 때로는 속어도 섞어가며 빠르게 뻗어 나간다.
소싯적에 '일렉트릭 기타'를 끌어안고 '뮤지션'의 꿈을 열병처럼 앓아봤다는 남자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록이니 헤비메탈이니 하는 음악은 소년들의 영원한 '로망'인가.
소설은 1980년대 고교생의 반항과 방황, 좌충우돌을 그 시절 음악에 녹여낸 작품이다. 가진 것 없이 껄렁한 백동광이 1987년 '선생들이 허리에 권총처럼 바리깡을 차고 다닌다'는 흉흉한 소문이 도는 정도고등학교에 배정된다. 학교의 악명에 걸맞지 않은 불량한 두발과 복장을 한 동광은 집중 단속 대상이 되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그러던 중 소개팅에서 만난 여학생에게 잘 보이겠다는 일념으로 학교 전자악기부 '영 파이터스'에 들어가겠다는 꿈을 품는다. 동광은 디스코 패션으로 입학과 동시에 선도부에게 몰매를 맞고, 빡빡머리 신세가 된다.
하지만 필(feel) 꽂힌 대로 몸을 던지는 기타리스트 동광은 음지의 실력파 베이시스트 양수은을 만나 2인조 밴드 ‘소리나'를 결성한다.
‘로큰롤 7부작'은 1901년 1월부터 2000년 12월31일까지 일곱 대륙을 유랑하는 일곱 편의 로큰롤 이야기다. 1편의 주인공 ‘흐린 하늘'은 비틀스 이후 영국을 석권한 가수. 최고의 히트곡 ‘당신의 심장, 우적우적'을 내놓지만 우발적으로 매니저를 살해한 뒤 아프리카 대륙으로 도망친다.
그때 그는 지평선 너머에서 들려오는 ‘당신의 심장 우적우적'을 듣는다. 그것은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의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듣고 외운 어린 대상 막둥이의 노래였다. 이런 식으로 소설 7편의 진짜 주인공은 바로 먼 공간을 가로질러 흘러가는 로큰롤 음악이다.
한편 존 레넌의 노래에서 제목을 딴 ‘이매진'의 주인공은 스스로 완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 숨막혀 하는 아들 쇼고다. 어느 날 쇼고는 동일 장소의 다른 시간대로 떨어지는 타임머신으로 1980년으로 떨어진다. 우리가 추억으로 가고싶어하는 심리를 소설에선 그대로 표현해준다. 쇼고는 아버지를 찾아가지만 아버지는 어수룩하고 한심한 젊은이다.
하지만 쇼고는 아버지의 인간적인 모습에 동화되고, 아버지도 쇼고에게 형제애를 느끼는데, 서로를 신뢰하게 된 이들은 광팬에게 살해당한 존 레넌을 구하기로 결심한다.
‘삐릿'은 주제는 가볍지 않지만 유쾌하게 읽힌다.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LP를 선물하면서 "엘피 냄새는 플라스틱이 만들어낸 모든 냄새 중 가장 문화적인 냄새거든"이라고 거드름을 피우는 동광은 귀엽기 까지 하다. 마이클 잭슨의 노래 '비트 잇'(Beat it)을 '삐레'라고 발음할 것인지 '삐릿'이라고 발음할 것인지 놓고 벌어지는 소년들의 다툼은 실소를 자아낸다. 피비 케이츠, 동시 상영관, 유리 겔라 등 소설에 배치된 1980년대의 소품은 향수를 자극한다.
작가가 말하듯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은 사람들에게 향수를 자극하는 ‘삐릿'은 백동광을 통해 한국형 교실이데아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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