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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서평]꽃 피는 삶에 홀리다

by 칠면초 2009. 5. 4.

-삶이 잘못이라면 삶이 가엾다는 것, 삶이 잘못이라면 삶이 아름답다는 것, 삶이 잘못이라면 삶이 한 번뿐이라는 것-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를 통해 쉽고 편안하게 미술을 소개해 주었던 미술 칼럼니스트 손철주의 ‘꽃피는 삶에 홀리다’의 메시지다. 그의 에세이는 읽다보면 박장대소와 함께 금세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사람과 예술,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조근조근 전달되며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돌아보면 너무 짧아서 꿈같은 인생에 대한 아쉬움과 인생길에서 만난 정다운 사람들, 사랑하는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털어놓았다.

 

책은 ‘꽃 피는 삶에 홀리다’와 ‘사람의 향기에 취하다’, ‘봄날의 상사를 누가 말리랴’라는 세 장으로 이뤄졌다. 수필집이라고 보기에 참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 걸 알 수 있다. 무려 50편에 달하는 그의 이야기는 한편 한편이 글쟁이 고수의 힘을 느끼게 한다.

 

-쉬운 언어에 담긴 통속성이 오히려 간곡한 미감을 풍긴다. 꽃은 봄의 열락이다. 그러한들 피고지는 꽃이 비바람에 오가면 봄날이 무슨 수로 열락을 붙잡아둘까 무력하고 덧없는 봄날이 실연한 여인의 뒷모습처럼 암암하다-(14P)

 

아, 언어의 매력은 독자의 마음을 여지없이 휘몰아치다 감싸 안는다. 그렇다고 자연을 감상하는 그의 어조만 있는 건 아니다. 유머와 함께 세상에 일침을 주는 그의 ‘죽은 개와 산 부모’는 웃음이 나지만 웃지만은 못하게 만든다.

 

 

 

 

나도 오래전 애견파크를 취재한 적이 있었다. 그때 강아지 작명소와 강아지 수의, 초상 절차 등의 이야기를 듣고 내심 혀를 찼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이 왜 개에 집착하며 사는가 라는 문제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친구는 망울(강아지)이 입을 수의를 골랐다. 삼베도 있었지만 비단으로 했다. 망울은 오킬로그램이 넘지 않아 화장비용이 기본이 십오만이었다. 오동나무에 입관하거나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하려면 돈을 더 내야 했다. 납골당은 경건하고 호화로웠다. 친구는 망울을 그곳에 두면 외로울 것 같아 들고 가기로 했다. 운구할 때 리무진을 이용하는 장엄한 장례절차도 있었다. 그 비용은 백만원쯤 든다고 한다.(생략) 한 줌 유골로 남은 망울을 항아리에 담아오며 친구는 흐느꼈다. 부부는 집 근처 철쭉나무 아래에 유골을 뿌렸다. 이야기를 다 마친 아내는 시큰둥하게 듣는 내 앞에서 전화기를 들었다. “아버님 저에요 별일 없으시죠? 아비가 전화 드린 지 오래 되서요. 바꿔드릴게요” 나를 훈육하는 방식이 농부와 다른 게 그나마 다행이다-(36P) 지금은 가정의 달 5월이었다.

 

또한 ‘사람의 향기에 취하다’는 작가에게 감동을 준 사람들의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 받았다는 생각이 드는 장이기도 하다. 누군가 인맥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게도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마지막 3장의 ‘봄날의 상사를 누가 말리랴’는 저자의 깊은 예술세계를 지켜볼 수 있었다. 미술칼럼리트인 그의 해박한 지식은 문외한인 독자에게도 아는 만큼 미술의 깊이를 헤아릴 수 있게 만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아름다운 정신세계를 정신없이 돌아다닌 기분이다. 더욱 중간중간 소중한 화가의 그림들은 눈길을 지친 마음의 쉼터역할을 해주었다. 특히 베를린 국립미술관에 소장된 그림이라는 ‘해변의 수도사’는(290P)는 책의 하반부를 읽어가던 눈길을 잡고 말았다. 저자가 사석원의 그림에 반하듯 나 또한 해변의 수도사에 반해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으니 말이다. 봄을 보내는 시점....서철주의 ‘꽃피는 삶에 홀리다’는 일상에 바쁜 내 마음을 자연에 그림에 이야기에 홀리게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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