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짧고 경쾌한 문장 속에 전혀 심각하지 않고 잔잔한 내용들이,
집중만 한다면 1-2시간에 읽어 갈 수 있을 정도로 지루하지 않은 소설,
‘마이짝퉁라이프’ 조금은 가볍다는 느낌이 들지만 중 후반부터 짝퉁의 진지함이 묻어난다.
가끔 콧잔등이 찡해지기도 혹은 참지 못할 웃음이 터지기도 하는 유쾌함을 준다.
조선시대 기생 황진이에서 따왔다는 주인공 ‘진이’. 그녀 이름은 ‘이진이’다.
앞으로 읽으나 뒤로 읽으나 똑같은 이진이. 고급 짝퉁은 그렇다.
앞으로 봐도 뒤로 봐도 동일하다. 그녀에겐 친한 친구들이 있다.
소설에서 실명이 아닌 알파벳으로 나타나 그 친구들조차 짝퉁으로 여겨진다.
정말 진이의 친구는 존재할까?
한 때 나도 내 삶은 진실을 표방한 짝퉁이라 여겼다.
글이란 사람을 가장 짝퉁에 가깝게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도 그 생각엔 그다지 변함이 없다.
정말 어이없는 타락천사가 가장 순결한 학문적 글을 쓰는 걸 보게 되기에..... 말이다.
주인공 진이는 내성적이고 소심하다.
홀아비 밑에서 자란 그녀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친한 사람 외에는 말을 섞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외골수.
진이 같은 캐릭터는 실제로 매력이 없을 수도 있지만 외향적이지 않기 때문에 남들이 중간점수는 준다.
그녀 친구 B는 개방적인 성격이다. 섹스를 즐기고 넘치는 식욕을 주체하지 못한다.
즉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 줄 아는 요령을 터득했다.
그래서 가벼워 보일 수도 있지만 가장 인간적인 인물이다.
한 마디로 진이는 자신을 감추려고 한다면 B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서 안달인 점이
그녀에게 점수를 주게 한다.
진이의 다른 친구 R은 요즘 세대들을 가장 많이 반영한 캐릭터다.
진이에겐 관심 없지만 늘 남자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위해 그녀를 찾는다.
그야말로 흔히 말하는 짝퉁 친구다. R은 젊은이들이 즐기는 홈피에 자신의 짝퉁 라이프를 그려간다.
남들 눈에 비춰지는 내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진짜 내 감정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R의 생각이다. 실제 이런 사상은 급속도로 번져 사이버에서만
존재가치를 찾는 짝퉁 삶이 흔하다.
실제 삶은 엉망이면서 홈피에선 포장된 삶을 그리는 짝퉁의 삶.
액세서리는 물론 애인마저도 짝퉁으로 만들고 가짜 가족 속에 살면서 가짜 친구를 만나고
가짜 집인 미미홈피에 나의 삶을 거짓으로 만드는 짝퉁의 삶.
‘마이짝퉁라이프’는 세상은 화려해 보이는데 정작 내 주머니는 비어있고,
손에는 명품 지갑 하나 없어 속상한 '88만원 세대'를 대변한다.
이 책을 읽으며 오래 전 유행했던 ‘세상은 요지경’중에서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라는 노랫말이 생각났다.
이 시대, 짝퉁이 아닌 참다운 삶을 살기는 요원한 일일까?
해답은 고예나의 첫 장편소설 '마이짝퉁라이프'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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