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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 내내 부러웠다. 그리고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노후...어쩌면 곧 다가올 단어인지도 모르는 미래. 그 노후를 산이 좋아 산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 굳이 그런 이름이 아니어도 미분양 아파트는 공기 좋고, 산세 좋고, 가장 좋았던 건 사람들이 분주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래를 위해 지방에 아파트를 계약한 일이 굳이 이 책 한 권의 힘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동안 생각을 굳힌 건 사실이다.
책은 제2의 인생을 산에서 재설계한 28명의 이야기이다. '간디학교'를 설립한 김광화, 소설가 한승원, 시인 도종환, 소설가 이외수, 환경단체 '풀꽃세상'을 꾸려가고 있는 정상명 씨 등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자연의 벗'으로 귀환한 사람들의 솔직한 인터뷰를 담았다.
자신을 풀어 놓고 제멋대로 살아가는 삶을 허용하는 산골이란 얼마나 다행스런 장소인가.
이 책은 산골에서 제멋대로 살기 선수들에 관한 기록이다. 이미 예전부터 알던 사람, 아니면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름돋듯 내 몸 속으로 속속 박혀든다. 이들의 삶에 대한 생각, 산골 생활의 애환과 성취를 글로 적어낸 자연주의 에세이스트 박원식은 산촌 살이에 도시에서의 삶과는 다른 꿈과 땀, 파워가 있다고 말한다. 경쟁과 소음이 들끓는 도시를 벗어나 깊은 산중에서 한결 어엿한 인간적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이들은 자연에서 몸의 병을 고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 또 한층 예민해진 감각과 집중력의 도움을 받아 창작이나 구도, 기예에 몰두하기도 한다. 아니면 비록 가난하지만 도시에서처럼 결코 구차하지 않은 방식으로 일용할 양식을 얻는다. 자연은 어떠한 종류의 필요에 대해서도 적절하게 응답한다.
“이 책에 나오는 산림처사들은 득도를 기다리며 도솔천에 기거하는 보살들 같은 존재들이 아니다. 우리가 곧잘 착각하는 것처럼 자연 속의 삶이란 방외方外의 유유자적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시 또 하나의 치열한 세간世間일 뿐이다. 말하자면 산림처사들 역시 그저 한 세상 고진감래를 당연지사로 여기며 살아가는 현실의 바라문들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아마도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겠지. 그들은 어쩌면 장자가 말한 ‘쓸모없음의 용用’을 알아버렸거나 구현하는 존재들이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산으로 들어 간 사람들의 삶에는 도시에서의 삶과 다른 꿈과 땀, 파워가 있다. 그들만의 드라마가 있으며 남모를 파란만장과 독야청청이 있다. 산속에서 제멋대로 살아가는 이들의 깡과 꿈은 어떤 것일까. 그들은 왜 산에 살며, 거기서 무엇을 구하는 것일까.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자연의 벗’으로 귀환한 이들의 삶에 대한 생각은 무엇일까?
책을 접하고 여러 가지 의문들이 꺼리를 물었다. 그리고 나도 그곳에서 제2의 삶을 시작하고 싶다. 하루도 경쟁이 없이 이어지지 않는 삶에 한번쯤 회의를 느낄 때, 사방으로 차가운 시멘트벽에 갇혀 봄여름가을겨울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보내버렸을 때, 회사에서는 회사대로 집에서는 집대로 고군분투하던 요즘. 책은 평안을 꿈꾸게 해주었다.
물론, 내가 장만한 시골 아파트로 들어간다 해도 그곳에는 그곳만의 어려움이 존재할지 모른다. 도시와는 딴판인 환경에 적응하고 동화하기 위해서 몇 배의 힘이 더 들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이들의 삶에서 비슷한 공감대를 가질 수 있었다. 일찍이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살았던 소로가 말한 대로 “강인한 스파르타 인처럼 삶이 아닌 모든 것을 때려 엎는” 불굴의 의지가 아니고서는 산중 살림에 실패를 볼 가망성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난 오늘도 꿈꾼다. 미래의 고즈넉한 삶을 그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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