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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심하라’ 당연히 어긋난 말이다. 마음을 낮추는 걸 하라니… 마음을 낮추는 ‘하심’은 되어지는 것이다. 이 책을 잡고 있는 동안 내내 난 그러했다.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선택의 순간에 난 지리산 스님들을 생각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날 이런 일이 있었다. 이 책 84쪽의 ‘모기야, 내피 먹고 성불해라’를 읽고 퇴근 후 학원을 갔다. 차를 세우고 잠시 걸어 학원을 들어갔는데… 옷에 송충이가 붙어 수업 중 알게 되었다. 학원생들에게 스님들의 성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난 후였는데, 난 그만 놀라서 겉옷을 벗어 던져버리고 말았다. 난 아직도 멀고멀었단 이야기다. ㅎㅎ
‘모든 부자는 절에 모였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늘날은 물질을 최고 가치로 숭상한다.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 카피에서 엿볼 수 있듯 모든 분야가 사이비 종교 같은 물신주의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형국이다. 심지어 종교계조차도 더 넓게, 더 많게, 더 높이를 외치며 “믿는 나라는 부자나라, 안 믿는 나라는 가난한 나라”라는 설교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세상이다. 이런 슬픔뿐 아니다.
국민의 대표자조차도 역사의 시계를 과거로 돌리며 국민들을 슬픔으로 밀어 넣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슬픔에 먹먹한 가슴을 툭 트이게 해 주는 느낌이다. ‘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수행 이야기’는 밖으로만, 물질로만 향하고 있는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거꾸로 가는, 거꾸로 사는 스님들의 이야기이다.
책은 3장으로 나뉘는데 1장 한 평짜리 방의 행복, 2장 세상사는 이야기, 3장. 선(禪)의 길 자유의 길로 구성되어있다.
1장에 나오는 안락한 수행관을 마다하고 버려진 헌 문짝과 헌 나무로 만든 한 평 남짓의 토굴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의 정말 못 말리는 수행 이야기는 맑은 공기 같고 옹달샘 같다. 사진을 보고 잇노라면 마음이 맑아진다. 아마존의 밀림이 지구의 허파 노릇을 하듯 스님들의 맑은 수행 이야기라 하겠다.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그 마음, 그 자비의 빛이 우리들의 슬픈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2장에서는 세상 사람들의 다양한 관심사는 선업을 쌓고 자비를 행하고, 방생을 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나누는 데도 못 말릴 정도인 스님들의 모습을 닮다 보면 세상의 온갖 불화가 치유되고 평화로워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3장은 개인적으로도 가장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수행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정말 요긴한 내용이다. 한편 지리산 홍서원에서 작은 수행공동체를 이끌어가고 있는 정봉 무무 스님의 치열한 구도역정과 동굴 수행 이야기 역시 감동적이다.
이 책은 스님 두 분이 지리산 토굴에서 수행하며 건져 올린 소박한 일상과 은사이신 정봉 스님께 들었던 소중한 법문들을 <보리심의 새싹>이라는 블로그에 올리며 세상 사람들 시선을 끌게 되었다. 솔직담백하게 일상을 써내려간 스님의 글은 물론이고 스님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그대로 담긴 사진을 보는 재미도 정말 쏠쏠하다. 아니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마저 거부할 수 없다.
겨울이면 냉기가 스며들고, 여름 장마철이면 습기가 배어드는 한 평짜리 토굴에서 수행하는 스님들, “‘모기, 파리, 개미 한 마리라도 죽이지 말 것, 낮에 자지 말 것, 새벽예불에 모든 수행을 다 해 마칠 것, 시계 없이 새벽 2시 반에 일어날 것, 그리고 부처님의 바른 법과 중생들을 향한 대원력의 마음 외에 다른 세속적인 마음은 내지 말 것’ 등 은사스님께서 당부하신 말씀들은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차츰차츰 몸에 익어간다.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는 것이 더 어렵게 되어버렸다는 스님들의 삶은 참으로 감동적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 물질만능의 시대에 경쟁의 틈바구니에 지친 사람들에게 큰 위안을 준다. 이 책을 읽고나서 행복이란 개념을 다시 생각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다. 어떻게 살아야 하며,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꿈,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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