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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몽글 느낌이 나는 책 제목처럼 내용도 그렇게 알콩달콩하다. 사실 루앙푸라방이 이 책을 읽기 전 어디에 있는지를 몰랐다. 몽상가들의 마지막 피난처라는 루앙프라방은 라오스의 한 도시다.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이 깼다. 주섬주섬 일어나 창문 커튼을 열어젖힌다. 내 방은 2층이다 거리가 한 눈에 내려보인다. 비 오는 거리를 바라보는 일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손잡이를 위로 올려 창문을 연다. 비 냄새가 훅 끼쳐온다. 향긋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딘가 사람을 진정시키는 냄새다. 여행지에서만 맡을 수 있는 그런 냄새, 흙과 바람 나무와 강물과 새들의 날개에서 풍겨져 나오는.....여기는 루앙프라방, 비가내린다. (18p) 읽는 순간 책 속으로 빠져들어 어느새 나도 루앙프라방을 걷는다.
이 책은 여행과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 최갑수의 두번째 포토에세이다. 2년전 ‘당분가 나를 위해서만’이 시니컬하고 고독한 개인적 일탈의 탐색이었다면, 이 책은 치열한 삶의 틈바구니에서 포착해낸 일상의 비경을 섬세하고 시적인 문장으로 풀어냈다.
중간 중간 글보다 더욱 시선을 잡는 사진들은 우리의 숨은 감성을 솎아낸다. 오래 전 “창밖을 보다 말고 여자는 가슴을 헤친다. 섬처럼 뛰어오른 상처들 젖꽃판 위로 쓰윽 빈 배가 지나고 그 여자, 한 움큼 알약을 털어 넣는다”라고 표현한 최갑수 시인의 감성이 사진으로 고스란히 옮겨 앉았다.
‘밀물여인숙’을 쓴 최갑수. 그는 상주인구가 8천 명밖에 되지 않는 한적한 시골마을인 ‘루앙프라방’을 일주일 머물면 보름 머물고 싶고 보름을 지내면 한달을 한달을 머물면 3개월 있고 싶어진다고 표현했다. 나도 이런 도시를 간 적이 있다. 물론 우리나라 도시며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전주. 그곳에서 느림과 낮음을 바라보고 그 매혹에 빠졌던 기억이 난다.
가는 곳마다 문화가 있었고 사람들의 걸음이 분주하지 않아 좋았다. 역시 목요일의 루앙프라방은 눈길을 돌리는 것조차 느려야 하는 느림의 미학이 있는 곳이다.
더구나 책의 질감은 얼마나 감각적인지, 책장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담을 수 있다. 라오스 현지인들의 사진과 함께 실린 책은 욕망의 집착 없이 자유로운 루앙프라방 사람들의 삶을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속 깊은 감동, 나아가 가슴을 치는 인생의 교훈까지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내가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미소와 마음을 담고 있다. 여행자의 카메라는 갈수록 이들의 깊은 내면을 담아내고, 시인은 그리움을 마음의 끝자락까지 촉촉하고 간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몽상적 여행에 동참하고 싶은 이 유혹. 나도 오늘 바쁜 하루를 접고 그저 조용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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